부진에 빠진 베테랑 선수에 대해 질문하면 현장 사령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내놓는 답변이다. 실제로 1군 경험이 많은 이들은 개막전에 사이클을 맞추지 않는다. 시즌 초반은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여긴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를 알기에 사령탑들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시즌 초 베테랑들의 부진이야 매년 있었지만 올해는 유달리 낙폭이 크다. 리그를 대표하던 일부 선수의 이름은 개인 타이틀 맨 아래에 머물고 있다. 마냥 애버리지를 기다리던 사령탑의 초조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 ‘국대 원투펀치’의 더딘 출발
‘동갑내기 에이스’ 양현종(31·KIA 타이거즈)과 김광현(31·SK 와이번스)도 낯선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은 18일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92를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31명 가운데 평균자책점 최하위, 최다패 1위다. 1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호투하던 중 타구에 맞아 강판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을 때를 기준으로 양현종이 가장 늦게 첫 승을 신고한 건 2016년으로, 8경기 만에 1승을 거뒀다. 당시 7경기에서 48.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51로 준수했지만 올해처럼 불운이 겹치며 승리 없이 4패만을 기록한 바 있다. 그해 양현종은 10승12패로 시즌을 마쳤다.
김광현은 5경기에서 2승무패를 기록 중이다. 언뜻 보면 순조로운 것 같지만 평균자책점은 4.34로 높다. 삼진 33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7개로 잘 억제하고 있지만 문제는 피안타다. 김광현은 42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피안타율은 0.344로 양현종에 이어 2위다. 이들이 피안타율 최고 1, 2위에 머물고 있다는 건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에게도 나쁜 소식이다.
● ‘국대 키스톤’의 뚝 떨어진 타격감
규정타석을 채운 63명의 타자 중 타율 최하위는 오재원(0.161)이다. 그 바로 위는 김재호(이상 두산 베어스·0.161)다. 두산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키스톤콤비가 나란히 하위권을 지키고 있다. 오재원은 야구 외적인 논란까지 겹치며 심적인 부담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결국 1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올 시즌에 앞서 중견수로 변신한 정근우(한화 이글스) 역시 18경기에서 타율 0.164로 고전 중이다. 반면 병살타는 6개로 리그 1위다. 결국 17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선발 제외됐고, 한화는 모처럼 만에 타선이 터지며 승리를 거뒀다. 정근우로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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