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민병헌(32·롯데 자이언츠)의 복귀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고 있다. 선수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초기 진단보다 빠른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민병헌은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6회 박민호의 투구에 왼손을 맞았다. 시속 138㎞의 속구에 직격당해 충격이 상당했고, 왼 약지 중수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초 롯데는 “뼈가 붙는 데만 6주 정도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훈련을 시작하고 1군 수준의 몸 상태가 되기까지는 최소 두 달 가까이 걸릴 듯했다.
민병헌은 사흘 뒤인 7일 일본 요코하마의 이지마 치료원으로 떠났다. 2017년과 지난해 부상을 입었을 때마다 찾았던 곳이다. 정확히 2주간 치료를 받은 그는 20일 귀국했다. 한국에 도착한 직후 그가 찾은 곳은 부산 사직구장이었다. 민병헌의 기가 전달됐는지 롯데는 20일 KT 위즈와 연장 혈투 끝에 5-4로 승리했다.
그는 21일 경기 전에도 사직구장을 찾아 동료들과 간만에 해후했다. 그를 향한 팀원들의 진심이 가득 담긴 롤링페이퍼도 처음으로 읽어봤다. 찬찬히 글귀들을 훑은 그는 “이 롤링페이퍼를 떼어버릴 수 있도록 빨리 돌아오겠다”며 “치료를 잘 받고 왔다. 많이 걱정해주신 팬들에게 보답하도록 몸을 잘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예상보다 치료 경과가 좋다. 복귀 시점은 초기 진단보다 2주 정도 당겨질 것 같다. 22일 재검진을 받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체력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희를 비롯한 후배들은 “오랜만에 (민)병헌이 형 얼굴을 보니까 반가웠다.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민병헌은 부상 전까지 11경기에서 타율 0.444(45타수 20안타), 4타점, 11득점을 기록했다. 롯데의 리드오프를 맡으며 타격, 최다안타 선두였다. 부상으로 한 풀 꺾였지만 빠른 복귀를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롯데의 사정을 감안하면 민병헌은 천군만마다. 팀과 자신 모두를 위해 복귀 시계를 앞당기고 있는 민병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