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8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지던 지난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의 임중용 감독대행은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는 부상 때문에 뛰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인천의 외국인 공격수 무고사가 필드로 내려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때만 본 사람이라면 인천의 승리로 끝난 경기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날의 스코어는 0-0이었다. 원정이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인천이기에 승점 1점을 챙긴 것은 분명 소기의 성과다. 그래도 ‘무승부 세리머니’ 치고는 과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속사정을 알면 임 감독대행의 기쁨을 이해할 수 있다.
인천은 지난 15일 욘 안데르센 감독과의 계약해지 사실을 알렸다. 개막 후 1승1무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인 인천은 이후 5경기에서 내리 패해 1승1무5패(승점 4)로 당시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이후 지휘봉은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임중용 감독대행 손으로 넘어왔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강수였다.
그러나 임중용 체제의 첫 경기였던 지난 17일 FA컵에서 인천은 K3리그의 화성FC에게도 패(0-1)하면서 더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 암울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던 무승부였으니 우승한 것만큼 기뻤던 인천이다. 그만큼 1승이 어렵다.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감독들도 발을 뻗고 잘 수가 없는 시즌이다.
“물론 겉으로는 선수들에게 ‘어떤 팀을 만나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쉬운 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하나도 없다. 거의 매 라운드 벼랑 끝 승부를 펼치고 있는 심정이다.”
한 현직 감독의 토로가 올 시즌 K리그1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의 말대로, 절대 강자도 보이지 않고 승점 자판기로 불릴 약체도 보이지 않는다.
K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현대와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울산현대가 1, 2위(승점 17)를 달리고 있으나 다른 팀들과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다. 지난해 11위에 그쳤던 FC서울도 승점 17점으로 3위다. ACL과 병행하고 있는 시민구단 대구가 당당한 행보(3승4무1패)로 4위이고 막 승격한 성남FC와 군팀의 한계를 지닌 상주상무가 5, 6위에 올라 있다.
반면 지난해 5위를 비롯해 2017년 2위, 2016년 3위 등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강호 제주유나이티드가 8라운드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4무4패로 꼴찌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의외다. 제주만큼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명가가 포항스틸러스다. 포항은 2승1무5패로 시즌 10위까지 떨어졌고, 이에 구단은 최순호 감독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상태다. 감독들 어깨의 짐이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시즌이다.
인천의 임중용 감독대행은 “지금은 일단 좋지 않은 흐름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선수들에게 수비부터 다지자고 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선수들과 이 부분에 집중했는데, 잘 따라줬다”는 소감을 전했다. 승리는 고사하고 승점 1점을 따내기 위해 일주일 혼신의 힘을 쏟아야하는 K리그다.
FC서울의 동기부여가 떨어졌던 것도 아니다. 만약 홈에서 인천을 꺾었다면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던 서울이지만 그 벽을 뚫지 못했다. 하루 전날이던 20일, 시즌 개막 후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있던 울산현대는 지난해까지 K리그2에 있던 성남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울산의 안방에서 나온 결과다.
섣부른 예측을 거부하고 있는 2019년 K리그다. 지켜보는 이들은 흥미진진하지만, 팀을 이끄는 수장들은 피가 말리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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