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선두 경남 베테랑 배기종
5경기 뛰어 4골, 경기당 ‘0.80’… 3골은 후반45분 이후 터뜨려
“주장으로 팀에 기여해 좋지만 후배들 골 더 터져야 하는데…”
“제가 골을 넣는 게 팀으로서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다른 선수 득점이 많아야 되는데….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조연’이나마 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시즌 초반이지만 K리그1 팬은 득점 순위를 보고 의아할 법하다. 한 시즌 최다득점이 7골(2006년)이었던 경남의 36세 베테랑 배기종이 1위(4골)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4골을 넣은 선수는 4명 더 있지만 순위는 ‘경기당 득점’으로 가리기에 5경기에 출전한 배기종이 ‘0.80’으로 선두다. 그는 3경기를 부상 등으로 빠지고도 4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중 3골이 후반 45분 이후에 나왔다. 지난달 30일 대구를 상대로 후반 47분에 넣은 2-1 역전골, 2일 ‘최강’ 전북에 맞서 후반 47분에 기록한 3-3 동점골, 20일 상승세의 수원을 상대로 후반 45분 3-3을 만든 동점골이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나머지 한 골은 대구와의 경기 선제골이었다. 공교롭게도 4골 모두 안방인 창원에서 터졌다. 그의 ‘극장 골’ 덕분에 경남은 비길 경기를 이기고, 질 경기를 비겼다.
“주로 후반에 투입되다 보니 ‘해결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운 좋게 상황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잇단 극적인 골로 ‘배 작가’로도 불리는 배기종의 예전 별명은 ‘최신 기종’이었다. 2006년 연습생 신분으로 대전에 입단해 7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신인왕도 넘볼 만한 성적이었지만 타이틀은 7골 5도움의 염기훈(수원·당시 전북)에게 돌아갔다.
“동갑인 (염)기훈이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기훈이가 워낙 잘했기에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올해도 득점왕 같은 타이틀은 제가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남은 지난해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승격 첫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도 거머쥐었다. 올해에도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은 8위(승점 9·2승 3무 3패)에 머물러 있다. 실점(17점)이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탓이다. 9일 창원에서 열린 ACL E조 조별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30분까지 2-0으로 앞서다 2-3으로 역전패했다. 당시 배기종은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다.
“실점이 많다 보니 선수들이 위축돼 있어요. 저부터 팬들의 기대가 커 부담이 되는데 얼른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타이틀 욕심은 없어도 득점 욕심은 있어요. ‘공을 잡으면 골이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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