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 팀 성적의 큰 변수가 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5월 1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된다. 짧은 기간동안 선수의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점찍어둔 외국인선수를 대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우선 살펴서 최종선택을 내려야 한다. 당연히 외국인선수로서 실력을 최우선으로 치지만 감독의 배구스타일에 따라 판단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 감독들이 원하는 외국인선수의 판단기준은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지난시즌 경험을 먼저 생각해 베키를 선택했다. 직전 시즌에 프로무대 경험이 적은 엘리자베스를 골랐다가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외국무대 경험이 많은 베테랑을 원했다. 그 역시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다행히 대체선수 마야 덕분에 시즌중반 이후 마음고생을 크게 덜었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도 트라이아웃 때 사상 첫 통합우승을 안겨준 이바나의 어깨를 우려했다. 하지만 포기했을 경우 받을 역풍은 더 걱정이었다. 김천 이씨 별명까지 들을 정도로 팬이 사랑한 이바나가 혹시 다른 팀에서 잘했을 경우 돌아올 비난은 구단도 두려워했다. 그래서 선택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외국인선수 선택의 실패경험이 있다. 테일러 심슨을 2번 선택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다 안다. 그는 현역시절 플레이스타일처럼 배구아이큐가 높은 선수를 선호한다. 같은 기량이라면 배구를 이해하는 머리가 좋은 선수를 원했다. 심슨이 그런 스타일이었다. 사실 지난 시즌의 톰시아는 박미희 감독이 원하는 배구아이큐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 KGC인삼공사가 앞에서 원했던 알레나를 선택하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잡은 카드였다.
● 톰시아가 트라이아웃을 포기한 이유는
통합우승의 주역인 톰시아는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했 했는데 최근 밝혀졌다. 박미희 감독은 털어놓은 이유는 의외였다. “더 이상 팀의 기대만큼 해줄 자신이 없어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의 일부분을 들려줬다.
시즌 초반 애완견을 잃어버렸던 사건으로 기억되는 톰시아는 좋은 선수였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다. 사실 배구기량보다는 심성이 더 좋았다. 박미희 감독은 “그동안 겪었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착했다”고 평가했다.
톰시아의 착한 심성은 시즌 후반 극도로 부진했을 때의 에피소드에서 확인됐다. 어느 날 그는 박미희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예상외의 말을 꺼냈다. “지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를 대신할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도 감독을 이해하겠다. 그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당시 톰시아가 향수병과 피로 탓에 슬럼프에 빠졌다고 판단했던 구단과 박미희 감독은 톰시아 몰래 가족을 초대해서 힘을 주려던 차였다. 톰시아가 부진해도 먼저 위로를 하고 한국생활에 어려움이 무엇인지 먼저 귀담아서 들어주려고 했던 박 감독은 양심고백을 한 그에게 비행기티켓을 보여줬다.
“우리는 전혀 너를 바꿀 생각이 없다. 네가 잘해주기만을 기다린다.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남동생도 초청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자”면서 격려해줬다. 톰시아는 감독의 이런 마음 씀씀이와 인내심에 고마워했다.
● 외국인선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서로에게 열린 마음
“팀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겠다”던 톰시아는 결국 가장 중요했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혼신을 다해 경기최다인 30득점을 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막판 점프가 되지 않아 허덕거리면서도 팀을 위해 노력했던 그는 결국 통합우승이 확정되자 모두에게 고마워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좋은 기억만을 간직한 채 흥국생명과 V리그를 떠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대로 우승 팀은 외국인선수와 감독의 상호교감이 큰 역할을 했다. 비록 태어난 환경은 다르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 마음을 열면 진실만 남게 된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상대를 향한 진정성이다. 배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경기이기에 감독과 선수가 진심을 담아 마음을 열면 기량 이상의 뭔가가 발휘된다. 이는 스포츠의 진리다. 과연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는 각 팀 감독과 외국인선수가 어떤 좋은 인연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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