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야구팀은 4월 30일자 신문부터 매주 화요일 ‘위클리 비하인드 볼’ 연재를 선보입니다. 한 주간 KBO리그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어난 여러 이슈에 대한 해설, 기사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겠습니다.
4월 넷째 주 KBO리그는 5강과 5약 팀의 양극화가 더 깊어진 한 주였습니다. 영원히 정답을 찾지 못할 것 같은 사구에 대한 사과 방법과 관련해 선수들 사이에서 논쟁이 많았습니다. 선수단은 선전하고 있지만 구단 프런트 내부 알력 다툼으로 골머리를 앓는 팀의 내분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곧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됩니다.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는 야구팬들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하위권 팀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야구팬들을 위해 더 힘을 내야 할 때입니다.
● A구단 내부의 알력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
A구단의 속사정은 늘 그랬지만, 최근 들어 더욱더 복잡해졌어요. B와 C로 나뉘는 그룹의 내부 알력 싸움이 점점 더 심화되는 이유에서죠. 신흥세력이라 할 수 있는 C그룹은 최근 들어 그 세력이 매우 넓게 확장되고 있는데요. 구단 내부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상당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어요.
제법 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선부터 말단 직원까지 난 ‘인사’가 이를 증명하는데요. B그룹 관계자 일부가 요직에서 물러나게 된 상황입니다. 능력에 나이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급하게 난 인사 때문에 어떤 팀은 30대 초반의 직원이 부서 우두머리를 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C그룹의 힘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인데요.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팀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 ‘사과의 정석’은 후배들의 전유물인가요?
야구에서 몸 맞는 공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빠른 공을 몸에 맞은 타자는 심적, 육체적 고통이 따르죠.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최소한의 사과는 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최근에는 모자를 벗고 깍듯하게 ‘폴더 인사’ 하는 것이 마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죠. 외국인 선수들까지도 이러한 사과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는 때론 후배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집니다. 투수가 후배, 타자가 선배일 경우에는 깍듯하게 사과하지만 반대의 사례 때는 폴더 인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때문에 D팀 내야수 E는 “최근 몸에 140㎞ 후반 강속구를 맞았다. 선배 투수에게 사과를 못 받았다. 나중에 확인하니 내가 고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손을 까딱했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전해들은 같은 팀 투수 F는 “후배들은 선배가 확인할 때까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사과도 연차에 따라 달라지는 건지 궁금하다”고 반문했습니다.
몸 맞는 공의 사과는 가해자(투수)가 피해자(타자)에게 미안함을 전하는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짬’은 거론될 필요가 없죠. 후배라고 몸 맞는 공이 안 아픈 건 아니랍니다.
● 예의를 강요하면 무례 아닌가요?
외국인투수들이라고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사구 후 일부러 눈을 맞추고 허리를 꺾어가면서까지 인사하는 외국인투수들도 더러 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어김없이 한국식 문화에 적응하려는 ‘기특한 용병’이라는 찬사가 뒤따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습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은 외국인투수들은 한국식 문화에 대한 이해 내지는 존중이 부족해서일까요? 예의를 강요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또 고통은 알겠지만, 상대 투수에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는 타자들의 모습도 달갑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감독이 직접 나서서 상대팀을 자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요. 빈볼이 아닌 사구라면 그에 걸맞게들 행동했으면 좋겠네요.
●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방송사들의 한마음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는 깊은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KIA의 떨어지는 순위만큼 중계 방송사 제작진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KIA는 손꼽히는 전국구 인기 구단입니다. 특히 KIA는 수도권 원정경기에서 타 구단을 압도하는 관중 동원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성적이 좋을 때는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를 만나 홈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익수 뒤쪽 관중석까지 노란 막대풍선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초반 KIA의 성적 하락과 함께 KBO리그 흥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계방송 시청률도 영향이 매우 큽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KIA의 성적에 리그 흥행이 걸려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 미소 되찾은 SK ‘수호신’ 김태훈
굳었던 얼굴에도 서서히 미소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출발했던 SK 와이번스 김태훈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뒷문을 지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닌가봅니다. SK 불펜진의 가장 믿을 맨인 김태훈 역시 부담이 컸던 탓인지 개막 후 세 차례의 블론 세이브로 흔들렸거든요. 이에 염경엽 감독은 일시적인 보직 변경을 통해 김태훈이 다시 자신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해 서진용, 하재훈 등이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고 있고, 잠시 중간 계투 요원으로 돌아간 김태훈은 26~27일 KT 위즈전에 구원 등판해 각 1이닝 1삼진 무실점으로 2홀드를 챙겼습니다. 염 감독도 김태훈을 두고 “표정부터가 편해 보인다”면서 웃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가운데만 보고 던지던 투심의 방향도 구분해 던질 줄 알게 됐다”는 칭찬도 곁들여서 말이에요. 여느 때처럼 동료들과 장난을 치며 활짝 웃는 김태훈도 아픈 기억은 말끔히 털어낸 것 같아 보입니다. 쾌활하고 씩씩한 덕 아웃 장난꾸러기의 모습 그대로에요. “뻔뻔해지겠다”고 선언했던 김태훈은 이렇게 한 단계 더 성숙해졌습니다.
● 만족을 모르는 페르난데스, 공격 잘되니 수비 욕심?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연일 호쾌한 타격을 뽐내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올 시즌 31경기 가운데 23게임에서 최소한 안타 하나씩은 때려내는 등 타율 0.397, 7홈런, 30타점의 타격 성적이 이를 증명합니다. 타율은 단독 선두, 홈런과 타점 부문에선 공동 선두에 올라 있죠.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 슬라이크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공격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실로 엄청난데, 최근에는 수비 욕심까지 드러내고 있다는군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1루와 2루를 맡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코칭스태프는 수비력이 아주 뛰어나진 않다고 판단해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내보냈죠. 그러나 1루수로 48이닝을 소화하며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줬고, 두산 김태형 감독도 “생각보다 수비력이 괜찮다. 그래도 명색이 쿠바 대표팀 내야수 출신 아니냐”고 반색했습니다. 최근에는 페르난데스가 “3루수 출장도 문제없다”고 의욕을 보였는데, 이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이 걸작입니다. “너는 되지만, 나는 안 된다.”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류지혁의 존재 덕분에 굳이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죠.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언제 한번 시켜봐야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지금의 공격력에 1루와 2루, 3루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면 페르난데스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듯합니다. 아직 정규시즌에 1루수 외에 다른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는 게 변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