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완화에도 볼넷 증가세
경기당 7.64개 작년보다 1개 늘어
“젊은 투수들 갑자기 등판 일쑤… 압박감 커지며 자기 공 못던져”
더그아웃도, 관중도 뒷목 잡는다.
팀당 약 30경기씩 치른 가운데 ‘타고투저(打高投低)’ 양상은 다소 완화됐지만 쏟아지는 볼넷에 각 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5강 5약’으로 가을야구 진출 팀의 판도가 갈리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선수 육성 기조 바람을 타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수록 더 많은 볼넷이 쏟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10개 구단의 팀 평균 타율은 0.265, 평균자책점은 4.35로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지난 시즌(평균타율 0.278, 평균자책점 4.83)에 비해 방망이는 무뎌지고 마운드는 높아졌다. 같은 기간 홈런 수도 지난해 2.27개에서 1.56개로 30% 이상 급감했다. 경기당 득점도 양 팀 합계 9.66점으로 지난해 10.3점보다 0.64점 줄었다.
2015시즌 처음 10개 구단 체제가 들어선 뒤 공수 균형이 다져진 시즌으로 평가받는 2017년과 비슷하다. 당시 같은 기간 팀 평균타율은 0.273, 평균자책점은 4.42였다. 경기당 홈런 수는 1.74개였고 득점도 9.65점으로 올 시즌과 비슷하게 10점 미만이었다. 피 말리는 공수대결의 현장을 보러 그해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840만688명(경기당 평균 1만1668명)의 구름관중이 몰리기도 했다.
그때와 ‘겉’은 비슷해졌지만 ‘속’은 다르다. 경기당 7.64개의 볼넷이 나오고 있는데, 2년 전(6.29개)에 비해 1.35개 늘었다. 개막 후 5주간 151경기에서 1147개의 볼넷(경기당 7.86개)이 쏟아진 2016시즌에 가깝다. 홈런주의보가 내렸던 지난 시즌(6.7개) 전까지 투수들의 볼넷 수는 8.12개(2015년)로부터 서서히 줄어 가던 추세였는데, 홈런공포증이 사라진 이후 오히려 투수들의 볼 횟수는 늘었다.
과거에 비해 마운드가 한층 젊어져 분위기에 휩쓸리는 현상이 늘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용철 KBSN 해설위원은 “투구 메커니즘이 덜 형성된 젊은 투수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며 자기 투구를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 번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여러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 잡기 힘든 비참한 상황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볼 줄이기에 시즌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지방구단 투수코치는 “구단별로 젊은 얼굴이 늘었고, 이들의 볼넷이 많은 편”이라며 “아직 시즌 초반이고 젊은 투수들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투수력이 팀 순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는 젊은 선수가 많이 나온 팀들이 시즌 막판 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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