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글을 봤다. 재야의 야구 고수가 쓴 것으로 1965년부터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선수들의 성공사례를 조사한 결과였다. 그 전문성과 꼼꼼함, 열의가 대단했다.
선수의 육성기간에 필요한 최근 몇 년의 전체 1순위를 뺀 47명을 대상으로 메이저리그 활약기록을 살펴본 결과는 흥미로웠다. 47명 가운데 리그를 뒤흔들 정도의 슈퍼스타급은 9명(19%), 올스타에 뽑힐 정도의 성적을 낸 선수는 12명(26%)이었다. 출발은 화려했지만 그저 그런 선수로 마감한 유망주도 18명(38%)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야구는 타고난 신체능력도 중요하지만 육성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지도를 받고 올바르게 성장하느냐, 마이너리그에서 부상 없이 경험을 쌓아 가는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그래서 좋은 야구유망주를 뽑는 것은 달빛 속에서 미인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요즘 V리그는 다가올 시즌 팀의 운명을 결정할 외국인선수를 선택하는 시기다. FA시장에서 큰 변화가 없었기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팀에 필요한 퍼즐을 잘 골라야 한다. 이미 여자는 4일에 운명의 주사위를 던졌다.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뛰었던 마야, 어나이와 재계약했다. 나머지 4개 구단은 새로운 선수와 한 시즌이라는 긴 항해를 시작하려고 한다.
여자부는 국제무대에서 이름값이 높은 선수도 참가했지만 구단의 기대치에는 밑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몇몇 잘하는 선수들이 소속 리그의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느라 트라이아웃에 참가하지 못했다. 몇몇은 비자발급이 늦어져 불참했다. 당초 캐나다에서 트라이아웃을 하면 북중미를 중심으로 많은 선수들이 쉽게 참가할줄 알았지만 의외로 캐나다행 비자를 받기가 어려운 선수들도 있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 트라이아웃을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아무래도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배구리그가 열리기 때문에 유럽이 북미대륙 보다는 선수들 이동이 편하고 더 완벽한 몸으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하여튼 여자부 6개 구단은 나름대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 짧은 일정 속에서 한창 때의 몸 상태가 아닌 선수들을 대상으로 발전가능성, 숨겨진 장점 등을 찾아내야 하는 감독과 코치들의 눈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알 수 없다. 흔히 배구인들은 “공을 때리거나 받는 자세와 점프를 보면 그 선수를 알 수 있다. 배구는 신체조건이 빼어난 선수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야구보다는 배구가 좋은 선수를 고르기 쉽다.
하지만 감독들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평소의 품행과 그 선수가 가진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살핀다. 최근 트라이아웃에서 선택받은 어느 외국인선수는 나쁜 행동을 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그 구단을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갔다. 그 구단은 왜 선수가 중도에 퇴출됐는지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지도 못했다. 그 바람에 무능력한 구단과 감독이라는 비난을 지금도 감수하고 있다. 아무리 배구를 잘해도 행동이 똑바르지 못한 외국인선수는 팀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했기에 남자부 트라이아웃에는 더욱 긴장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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