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7·토트넘)이 한국축구의 전설이자 대선배인 박지성(38)의 뒤를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에 도전한다. 경고누적으로 4강 1차전 패배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난세의 영웅’은 이제 단기필마로 적의 심장부를 겨눈다. 팀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어느 때보다 극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 승리만이 살 길인 토트넘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아약스(네덜란드)와 4강 원정 2차전을 치른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홈 1차전에서 무기력하게 0-1로 패한 토트넘은 비겨서도 안 되는 처지다. 2차전에서 2골 이상을 넣고 이기면 곧바로 결승행 티켓을 따낸다. 90분을 1-0으로 승리하면 연장에서 끝장 승부를 볼 수 있지만 비기거나 패한다면 토트넘의 사상 첫 UCL 결승 진출을 물거품이 된다.
주전 스트라이커의 결장이 뼈아팠던 토트넘이었다. 8강 1, 2차전에서 3골을 몰아쳤던 에이스가 경고 누적으로 빠져 유효 슛 단 1개에 그쳤고, 안방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다.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체면을 구긴 토트넘은 사흘 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본머스전에서도 0-1로 졌다. 전반 막판 손흥민이 상대선수를 밀치면서 퇴장을 당하는 등 시종일관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토트넘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를 상대로 손흥민의 퇴장과 3경기 출장 정지 징계 처분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7일 흘러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 박지성 쫓는 손흥민
이처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적지로 향하는 토트넘은 손흥민의 복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누구보다 위기에서 강한 에이스가 이번에도 해결사 노릇을 해주리라고 믿는 눈치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놓칠 수 없는 호기다. 자신이 따르는 선배 박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이던 2007~2008시즌 한국인 최초로 UCL 결승에 진출했지만 출전 기회는 없었고, 팀의 우승만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시즌 꿈의 무대를 밟았고 2010~2011시즌 한 번 더 결승전을 뛰었다. 앞서 차범근(66)이 1979~1980, 1987~1988시즌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지만 UCL 결승 진출과 우승은 박지성만이 경험했다.
이처럼 박지성의 뒤를 이어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려는 손흥민을 향한 기대감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7일 손흥민의 일대기를 다룬 특집기사에서 “구단 사상 첫 UCL 4강행을 이끈 토트넘의 희망인 손흥민은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다”면서 희망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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