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을 놓친 두산 베어스 우완 영건 이영하(22)의 얼굴은 밝았다. 그래도 아쉬운 기색은 서려있었다.
이영하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3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만을 내주고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팀의 1-0 승리에 앞장섰다. 삼진은 5개를 솎아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인 114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를 펼친 이영하는 팀의 1점차 승리와 6연승의 일등공신이 되면서 기분좋은 시즌 5승째를 수확했다. 이영하는 올 시즌 아직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영하는 시즌 평균자책점도 1.95에서 1.60으로 끌어내렸다.
최고 시속 150㎞의 직구에 슬라이더, 포크볼을 주무기 삼아 KIA 타선을 요리한 이영하는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양현종은 7이닝 7피안타 8탈삼진 2볼넷 1실점을 기록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8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친 이영하는 투구수가 107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완봉승을 노리는 듯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9회초 선두타자 이명기를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후 이형범과 교체됐다.
이영하는 지난달 14일 잠실 LG 트윈스 전에서도 8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또다시 완봉승 문턱에서 물러난 이영하는 “8회초를 마친 뒤 코치님이 힘이 남았냐고 물어보시더라. 배려해주신 것 같다”며 “9회초 선두타자를 잡았으면 계속 갈 수 있었을텐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어쩔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영하는 “8회에 힘들었는데 8회초 대타 황대인을 상대할 때 구속이 떨어지지 않더라. 9회에도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손에 힘이 풀리더라”고 떠올렸다.
비록 완봉승을 놓쳐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영하는 기쁨이 더 큰 모습이었다. “7~8회만 막아도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가 빠른 카운트에 공을 건드려줘서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야수들이 수비도 잘해줘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며 “앞선 2경기에 계속 5이닝만 던지고 내려왔는데 길게 던져서 다행”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현종과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이영하에게는 기분좋은 부분이다. 그는 “(양)현종이 형은 이미 높은 곳에 있는 형이다. 인천에서 (김)광현이 형과 맞대결을 할 때도 설렜는데, 오늘도 설렜다. 이기기까지 하니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이날 오전 류현진(32·LA 다저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다저스의 9-0 승리를 이끌어 완봉승을 따냈다.
또 키움 히어로즈의 좌완 이승호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6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고 완봉승을 거뒀고,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우완 투수 윤성환이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오전에 류현진의 경기를 봤냐’는 말에 이영하는 “류현진 선배를 보고 한 번 해볼까 생각했는데 역시 류현진 선배는 류현진 선배”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승호, 윤성환의 완봉승 소식을 듣고는 “저 묻히는 것 아닌가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웃어보였다.
마침 어버이날을 맞아 좋은 선물도 됐다.
이영하는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에 밥을 먹지 않으려 했는데 계속 먹고가라고 하셔서 먹고 왔다.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집에 갈 때 선물을 안 사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완봉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너무나 잘 던져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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