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챔스4강 2차전서 4-0 승리
주포 살라흐-피르미누 못 뛰었지만 백업 공격수 오리기 첫골-네번째골
14년전 AC밀란과 결승 완벽 재연
메시, 끝내 골문 못 열고 결승 좌절
‘비틀스와 축구의 도시’ 리버풀이 축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14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에 이은 ‘안필드의 기적’이다.
리버풀(잉글랜드)은 8일 안방인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바르사·스페인)를 4-0으로 완파했다. 전반 7분 디보크 오리기(24)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9분, 11분 조르지니오 베이날뒴이 잇달아 득점에 성공했고, 후반 34분 오리기가 결승행을 확정하는 골을 터뜨렸다. 적지에서 열린 1차전에서 0-3으로 무너진 탓에 역전이 불가능해 보였던 리버풀은 합계 4-3으로 승리하며 2년 연속 UCL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2004∼2005시즌 이스탄불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 결승전을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였다. 당시 리버풀은 AC밀란(이탈리아)과 대결했는데 전반까지 0-3으로 뒤지다 후반에 3골을 넣어 동점을 만든 뒤,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거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92∼1993시즌부터 지금의 방식으로 열리는 UCL에서 리버풀이 우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도 14년을 사이에 두고 터진 리버풀의 득점 가운데 후반 첫 두 골은 9분과 11분으로 시간까지 같다.
2019년 ‘리버풀의 기적’을 시작하고 끝낸 선수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선발로 3경기(교체 포함 1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조연’ 오리기였다. 평소 리버풀 공격의 핵심 공격 라인은 ‘무함마드 살라흐,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다. 셋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팀 내 득점 1∼3위에 올라 있다. 살라흐가 22골로 EPL 전체 득점 1위, 마네가 20골로 공동 2위, 피르미누가 12골로 공동 15위다. 이 가운데 살라흐와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둘의 공백을 오리기와 제르단 샤키리가 대신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3골을 넣은 오리기의 출전 시간은 304분으로 선발로 36경기(교체 1경기)에 출전해 3172분을 뛴 살라흐의 10분의 1이 안 된다. 벨기에 출신으로 2014년 리버풀과 계약을 하자마자 프랑스 리그에 임대됐던 오리기는 한 시즌 만에 리버풀에 복귀했다 2017∼2018시즌 다시 독일로 임대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위르겐 클로프 감독의 믿음 속에 다시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고 ‘꿈의 무대’에서 리버풀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줬다. 클로프 감독은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선수들이 정말 대단했다.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해 최근 리그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UCL을 대비했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특유의 돌파에 이어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멀티 골을 기록한 오리기(8.9점), 베이날뒴(8.7점)에 이어 바르사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은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에게 8.5점을 줬다. 바르사에서는 메시가 유일하게 7점이 넘었다(7.3점). 바르사의 에르네스트 발베르데 감독은 “모두가 그러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 일어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벤투스(이탈리아)가 8강, 바르사가 4강에서 멈추면서 UCL 결승에서는 6년 만에 ‘양대 산맥’ 메시와 호날두를 볼 수 없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