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4강 2차전 아약스에 역전승
0-2 뒤지다 후반에만 세골 몰아쳐… 종료 직전 운명 바꾼 기적의 골
합계 3-3이지만 방문 다득점 환호… 포체티노 “모라는 슈퍼 영웅”
후반 추가시간 5분이 다 지날 무렵. 네덜란드 축구 영웅의 이름을 딴 ‘요한 크라위프 아레나’를 가득 채운 안방 팬들은 목청 높여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불과 몇 초 뒤 눈앞에서 어떤 장면이 등장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손흥민의 토트넘(잉글랜드)이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방문 2차전에서 아약스(네덜란드)를 3-2로 꺾었다. 손흥민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안방 1차전에서 0-1로 진 토트넘은 합계 3-3을 기록했지만 ‘방문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1882년 창단 후 처음으로 유럽 각국 최고의 클럽들이 벌이는 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1992∼1993시즌 출범한 지금 형식의 UCL에서 토트넘이 거둔 최고 성적은 2010∼2011시즌 8강이다. 손흥민이 뛰었던 최근 두 시즌은 각각 32강 조별리그, 16강에서 멈췄다. 1955∼1956시즌 시작된 UCL의 전신 유러피안컵까지 포함해도 1961∼1962시즌의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벼랑 끝에서 만들어낸 역전이었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 하지만 루카스 모라가 후반 10분, 14분에 이어 종료 직전인 추가시간 5분에 잇달아 골을 터뜨리며 극적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다 2017∼2018시즌 도중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모라는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1경기(교체 7경기 포함)에 출전해 10골을 넣었다. 해리 케인(17골), 손흥민(12골)에 이은 팀 내 득점 3위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 모두가 영웅이고, 모라는 슈퍼 영웅”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상대 수비들을 끌고 다니며 공격의 활로를 여는 데 기여했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모라(1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7.9점을 줬다.
전날 리버풀(잉글랜드)이 FC바르셀로나(바르사·스페인)를 꺾은 데 이어 토트넘까지 아약스를 제치면서 UCL은 11년 만에 ‘축구 종가’ 잉글랜드 팀끼리 맞붙게 됐다. EPL 팀이 UCL에서 우승한 것은 2011∼2012시즌의 첼시가 마지막이다.
손흥민이 결승전에 출전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의 박지성 이후 8년 만에 UCL 결승 무대를 밟는 한국 선수가 된다. 박지성은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결승에서 바르사를 상대로 풀타임을 뛰었다. 두 시즌 모두 바르사가 우승했다. 박지성은 2007∼2008시즌 맨유가 첼시를 꺾고 우승했을 때는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손흥민이 골까지 넣고 팀은 우승한다면 자신의 시즌 최다 골(21득점) 타이를 기록하며 유니폼을 입고 UCL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첫 한국 선수가 된다.
적지에서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만든 토트넘과 안방에서 ‘안필드의 기적’을 보여준 리버풀은 다음 달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단판 승부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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