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스승의 목에 걸어준 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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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체전 임진홍-진현 형제, 패럴림픽 출전 가능 육상 유망주
지도교사들 앞에서 희망의 질주

쌍둥이 육상 형제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선생님들. 왼쪽부터 송재능 교사, 동생 임진현, 형 임진홍, 유경재 교사. 형제는 자신의 메달을 선생님에게 걸어줬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쌍둥이 육상 형제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선생님들. 왼쪽부터 송재능 교사, 동생 임진현, 형 임진홍, 유경재 교사. 형제는 자신의 메달을 선생님에게 걸어줬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걱정 마! 내년부터는 1등 할 수 있어. 너 빼고 다 3학년이더라고.”

형의 말에 동생이 빙그레 웃으며 형의 손을 잡는다. 형이 한마디 덧붙였다. “나중에 나 뛰는 거 잘 봐.”

동생 임진현(17·전북 군산기계고)은 15일 오전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남자 100m DB(청각장애) 고등부 결선에서 12초65로 3위를 했다. 최근 2년 연속 이 종목에서 우승했지만 고등부의 벽은 높았다. 큰소리치던 형 진홍은 오후에 열린 100m T35·36·38(뇌병변장애)에서 13초20으로 우승했다. 2위와 2초 이상 차이가 났을 정도로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쌍둥이 형제는 7개월 만에 태어났다. 그때 장애가 생긴 것 같다는 게 가족들의 얘기다. 장애를 인지한 건 나중이었다. 말을 늦게 하는 줄 알았던 동생은 세 살이 넘어서도 말을 못했다. 듣지 못해서였다. 서울대병원에서 1년을 기다린 끝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보청기를 쓰기 시작했다. 형의 장애는 다섯 살이 돼서야 가족들이 알았다. 오른발이 부자연스러웠다.

둘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늘 같은 반이었다. 형은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동생을 살뜰히 챙겼다. 형제의 담임을 맡고 있는 유경재 교사(39)는 “형은 쾌활하고 동생은 내성적으로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우애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형제는 군산 당북초 6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당시 특수학급 담임이었던 송재능 교사(35)가 형제의 재능을 발견해 2015년 제주에서 열린 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시킨 게 계기였다. 형은 그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대회 100m,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일 열리는 200m에서 우승하면 5년 연속 2관왕이다. 동생도 지난해 100m, 200m 2관왕이었다. 체격 조건도 좋아 앞으로 잘 가다듬으면 형은 패럴림픽, 동생은 데플림픽(농아인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장애인육상 관계자들의 얘기다.

유 교사와 송 교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제자들을 지켜봤다. 형제는 두 교사의 목에 자신이 딴 메달을 걸어주며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때마침 스승의 날. 두 교사는 “너무 좋은 선물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익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장애학생체전#패럴림픽#임진홍#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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