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러진 다리로 걸었는데….” 많은 의미가 담긴 한마디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기자회견에 나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의 생각은 단호했다.
이번 대회에 전동 카트를 타고 나서는 ‘괴짜’ 존 데일리(53·사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우즈는 웃는 얼굴로 답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즈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2008년 6월 열린 US오픈에서 우즈는 그해 4월 수술받은 왼쪽 무릎 통증으로 고전했다. 의료진의 출전 만류에도 그는 다리를 절며 5일간 91홀을 돌았고,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불과 이틀 후 다시 수술대에 올라 오랜 기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데일리의 카트 사용은 현지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991년 이 대회 우승으로 평생 출전권을 갖고 있는 데일리는 대회에 앞서 오른쪽 무릎 관절염 진단서를 첨부해 주최 측에 카트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 주최 측은 미국 장애인복지법 등을 이유로 이를 허가했다. 데일리는 대회 기간 지붕 없는 카트를 탈 수 있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 지역의 언론은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15일 ‘데일리가 PGA챔피언십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골프해설가로 활동 중인 왕년의 스타 닉 팔도(잉글랜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필드 위에서는 걷는 것이 프로 골퍼의 가장 기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선수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PGA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데일리는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내 무릎은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언덕을 오르는 건 괜찮지만 내리막에선 걸을 수가 없다”며 “팬들이 너무 노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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