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김종규 논란으로 FA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KBL "10개 구단 머리 맞대 적극 개선"
프로농구 창원 LG가 자유계약(FA) 대상자 김종규(FA)에 대해 타 구단 사전 접촉을 의심하면서 재정위원회까지 가는 ‘진실게임’을 벌인 가운데 원 소속 구단의 우선 협상을 없애는 방향으로 FA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16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종규의 사전 접촉 의혹을 심의한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사전 접촉을 인정하지 않았다.
LG는 현주엽 감독과 김종규의 통화 녹취를 근거로 복수 구단과 접촉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종규는 언론 관계자, 기사 등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언급했을 뿐 사전 접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정위원회가 녹취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김종규의 손을 들어줬다. FA 자격을 얻었다.
프로농구에서 FA 선수는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에 다른 구단과 접촉할 수 없다. 적발되면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받는다.
그동안 사전 접촉은 만연했다. 10개 구단의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지만 ‘너희가 하니 우리도 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LG는 사전 접촉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팀 중 하나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외국인선수 뒷돈 의혹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이번 FA 대상자 중에도 상당수가 사전 접촉 의심을 받고 있다.
3자를 통해 만나거나 연락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모 선수는 “꼭 해당 구단이 아니어도 함께 운동했던 선후배를 통해 연락하는 경우를 봤다. ‘너 A팀에서 얼마까지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움직일 생각 있느냐’는 식이다. 적발되지 않겠지만 적발된다고 해도 사전 접촉을 시도한 구단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모양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구단이나 선수가 부인하면 적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당 선수, 사전 접촉한 구단이 자수하는 것 말곤 없다.
과거 사전 접촉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상민 삼성 감독은 선수와 해당 구단이 모두 인정한 경우다.
적발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는 우선 협상 기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몇 시즌 전부터 우선 협상 기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간간이 나왔다.
그러나 구단별 이해에 따라 반대 목소리가 존재한다.
일부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팀들이 “선수들이 돈 많은 팀, 인기 팀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며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제도가 있지만 뒤로 연봉을 채워줄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최준수 KBL 사무총장은 “10개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FA 제도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 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찾겠다”고 했다.
이준우 사무차장도 “연맹이 사전 접촉을 조사해 잡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다”며 “우선 협상 기간 폐지 등 FA 제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탰다.
손종오 LG 사무국장은 ‘LG는 사전 접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관행적이었던 (사전 접촉) 부분은 다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 않겠다. 선수(김종규)와의 대립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 요구는 FA 제도 개선을 위한 것이다”며 “(우선 협상 기간이 따로 없는) 프로야구의 제도가 깔끔한 것 같다”고 했다.
프로야구는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제도가 없다. 프로축구, 프로배구도 그렇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선 협상 폐지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단기적으로 우선 협상 기간을 지금보다 줄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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