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KT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27·사진)는 개막 당시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일주일 정도 늦은 3월 30일 첫 등판을 치렀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막바지에 어깨 통증이 찾아와 첫 번째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인 에이스’ 복이 없던 KT 팬들은 기대를 걸었던 새 외국인 투수가 개막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알칸타라는 5승 3패에 평균자책점 2.38로 KT의 부동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등판한 9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해 조쉬 린드블럼(두산), 타일러 윌슨(LG)과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이들 중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QS를 기록한 것은 알칸타라뿐이다. 알칸타라는 “Q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비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팀원들의 도움으로 얻은 기록이라 더욱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 시속 155km를 던지는 알칸타라는 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팔색조’ 투수다. 특히 강력한 공 끝 움직임을 가진 직구의 구위는 타자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칸타라 본인이 꼽은 자신의 장점 역시 ‘제구 되는’ 빠른 공이다. 그는 “원하는 곳에 직구를 던질 자신이 있다. 제구를 유지하기 위해 선발 등판 하루 전에 일정한 루틴으로 불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칸타라는 볼넷을 적게 내주는 투수로도 알려져 있다. 알칸타라가 9이닝당 허용한 볼넷은 1.26개로 린드블럼(1.08)에 이은 2위다. 5월 등판한 4경기에서는 31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을 단 한 개만 허용해 더욱 정교해진 제구력을 자랑했다. 알칸타라는 “투수를 시작하면서부터 볼넷을 내주는 걸 정말 싫어했다. 볼넷을 내줄 바에는 차라리 안타나 홈런을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1.52)에 올라 있는 류현진(32·LA 다저스) 역시 ‘볼넷보다 홈런’을 외치는 투수다. 9경기 59와 3분의 1이닝을 치르는 동안 4개의 볼넷만 내줘 9이닝당 볼넷 허용(0.61), 볼넷당 삼진 비율(14.75) 모두 빅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알칸타라는 “류현진의 투구 영상을 종종 본다. 정말 좋은 투수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꽂아 넣는 능력이 뛰어나다. (볼넷에 관해) 나와 생각이 같다니 영광이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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