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재능을 가진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팀에 큰 득이다. 손흥민이 있는 한국대표팀과 그렇지 못한 대표팀은 적잖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1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은 결코 득 될 것이 없다. 리오넬 메시라는 이 시대 최고의 선수를 지닌 아르헨티나가 ‘원맨팀’의 한계를 벗어버리지 못해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 에이스가 양날의 검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강인이라는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정정용호도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25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전반 7분 역습 상황에서 내준 실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결과다.
첫 경기부터 이강인의 비중이 드러났다. 형들보다 2살가량 어린 팀 내 막내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정상급 클럽으로 꼽히는 발렌시아 소속의 이강인이 공격의 핵임을 부인할 이는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였다.
조영욱-전세진 투톱의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한국 공격의 단초 역할을 맡았다. 중앙과 측면까지 넓은 지역을 움직이면서 스스로 공을 간수해 공간을 벌리거나 정확한 왼발 킥으로 찬스를 제공하는 게 이강인의 임무였다. 그것이 통해야 적절한 역습 한방을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초반까지 이강인이 카메라 앵글에 잡힌 모습은 상대의 공을 탈취하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던 플레이가 더 많았다. 수비에 가담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었으나 그것이 주가 되는 것은 곤란했다.
공격 시에는 내내 애를 먹었다. 이강인에게 공이 연결되면 순간적으로 1명 이상이 더 달려들었다. 포르투갈 역시 이강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나왔다는 게 수 차례 증명됐다. 이강인에게 수비가 더 붙으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취하는 동료들이 없었다.
때문에 정정용 감독이 후반 13분 공격진을 개편하면서 드리블 능력과 몸싸움이 가능한 조영욱을 2선애 내린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이강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과 함께 한국의 공격전개는 보다 활발해졌다.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2, 3차전에 참고할 점을 체크했다.
이강인이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강인을 무조건 거쳐야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에게 일단 공이 간다는 것을 아는 포르투갈이 집중적인 협력수비로 간단히 봉쇄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알면, 대비하기 쉽다.
대회 전부터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는 지나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축구는 홀로 상대를 쓰러뜨리긴 힘든 스포츠다.
이강인은 프리킥 상황에서 선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짚어주는 등 사실상 리더 역할을 소화했다. 앞서 말했듯 수비 가담도 게으르지 않았다. 데드볼 상황에서의 킥은 모조리 이강인의 몫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선수를 주위에서 잘 도와야한다.
아주 좋은 공격 카드를 한 장 가지고 있으니 정정용 감독으로서도 든든할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 많이 기대면, 상대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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