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함덕주(24)는 2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1군에 복귀했다. 1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정확히 열흘만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복귀 첫날, 함덕주는 1.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14세이브째를 따냈다.
갑작스러운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타자와 싸우는 게 아니고 스스로 무너졌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1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하는 등 1군 제외 직전 5경기에서 2이닝 3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14~15일 잠실 삼성전에선 2경기 연속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했다. 8일까지 2.87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2군 강등 직전 4.15까지 치솟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함덕주를 1군에서 제외하면서도 “열흘 뒤 돌아오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팀의 마무리투수를 전력에서 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함덕주가)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지만, 구위는 경기마다 다소 기복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덧붙여 “뒤에 확실한 마무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게임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달라지고, 상대팀의 전략도 바뀐다”고 마무리투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상황을 보고 등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함덕주는 7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2-1로 앞선 8회 2사 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결말을 열어뒀던 김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함덕주를 불렀다. 복귀전에서 1점차 세이브로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함덕주가 첫 타자 양성우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아웃카운트 4개를 연달아 잡고 2-1 승리를 지켜내면서 벤치의 전략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김 감독은 “함덕주가 복귀전에서 아주 잘해줬다”고 기뻐했고, 호흡을 맞춘 포수 이흥련도 “구위가 좋았다”고 기를 살려줬다.
경기 직후 함덕주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쏟아지는 질문에 “(2군행을 통보받았을 때는)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2군에 내려가서 경기를 볼 때마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이어 “내 위치가 어디든 팀 승리에만 보탬이 되면 된다. 오늘도 야수 형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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