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빈 94경기, 4년 만에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6일 18시 39분


임은빈. 사진제공|KLPGA
임은빈. 사진제공|KLPGA
임은빈(22·올포유)이 프로 데뷔 4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94번째 출전경기만이다.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여러 차례 경험한 뒤에야 찾아온 우승의 순간은 다소 허무하기까지 했다. 연장 4번째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5차 연장전을 준비했지만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김지현(28·한화큐셀)이 1m도 남지 않은 짧은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우승이 결정됐다.

임은빈은 26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6514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6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11언더파 단독 2위로 출발해 이글 1개,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로 1오버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김지현과 이소미(22·SBI저축은행), 김소이(25·PNS창호)와 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파4 18번 홀에서 펼쳐진 1차 연장에서 버디를 낚은 임은빈과 김지현이 남고 파를 기록한 이소미 김소이는 탈락했다. 2, 3차 연장에서 파로 승패를 가르지 못한 둘은 계속 같은 홀에서 이어진 4차 연장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임은빈은 “연장 첫 홀 쉬운 버디 버트를 남겨뒀는데 (경쟁자인) 김지현 언니가 갑자기 떠올랐다. 먼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장면을 보고 ‘언니는 지난주 매치플레이 우승을 하고 왔는데도 지치지도 않고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경기 내내 실수만 하지 말고 연습한 대로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자신 있게 치지 못했다”고 연장전 혈투를 복기했다.

임은빈이 연장전까지 가는 과정은 드라마 같았다. 12언더파 단독선두 이소미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출발해 3번 홀(파5)에서 버디를 낚았지만 파5 6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준우승만 3번하며 아직 우승의 경험이 없던 탓에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했다. 7~8번 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하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날 뻔했던 그를 살려준 구세주는 파4 12번 홀 버디였다. 임은빈은 “그 홀에서 버디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경기를 포기할 뻔했다. 잘 맞았다”고 했다.

이어 256야드의 짧은 파4 13번 홀에서 원온에 이어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11언더파 공동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17번 홀(파3)에서 버디 퍼트가 너무 강해 홀 건너편으로 많이 굴러가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던 임은빈은 장거리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기사회생했지만 18번 홀에서 또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며 공이 해저드 지역으로 들어갔다. 벌타를 먹고 세 번째 샷을 하기 전에 캐디를 하는 아버지와 상의해 짧은 클럽으로 바꾼 선택이 좋았다. 핀 2m 거리에 공이 떨어졌다. 덕분에 파를 기록했다.

이때만 해도 우승은 11언더파로 단독선두를 달리던 이소미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이소미가 생애 첫 우승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4명이 참가하는 연장전이 성사됐다. 극적으로 첫 우승을 차지한 임은빈은 “아버지와 함께 골프장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이렇게 우승해서 절반은 보답한 것 같다. 나머지 절반은 다음에 더 잘해서 보답하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김지현과 김소이, 이소미는 연장 결과에 상관없이 2~4위 상금을 합한 1억9600만 원을 3등분해 개인별로 약 6500만 원씩을 챙겼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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