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의 기치를 내건 FC서울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조용하게 비상하고 있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물며 무기력한 플레이를 반복한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스쿼드는 오히려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서울은 13라운드까지 마친 ‘하나원큐 K리그1 2019’에서 승점 25(7승4무2패)를 쌓았다. 25일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겼으나 나쁜 결과는 아니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을 선임한 이후 4연승을 내달리던 팀이다. 승점을 챙겼다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의 팀들이 서울보다 아래에 있다. 시즌 초부터 뜨거운 선두 경쟁이 형성된 배경에는 울산 현대가 모처럼 힘을 발휘한 것 이상으로 서울이 잘 싸웠기 때문이다. “질 때 지더라도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서울 최용수 감독이 초지일관 강조한 메시지다.
새 시즌을 대비해 서울이 잡은 콘셉트는 분명했다. 도전자다. 우승 타이틀이 탐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누구보다 성과에 목마른 지도자가 그이다. 그러나 현실을 봤다. 펄펄 나는 ‘세르비아 폭격기’ 페시치는 이적료가 필요치 않던 임대 신분이다. 더욱이 서울은 외국인 선수를 3명(페시치,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밖에 보유하지 않았다. 남은 한 장의 쿼터를 여름이적시장에서 사용한다는 입장이나 큰 돈을 들일 수 없는 것은 겨울과 다르지 않다.
최 감독이 염두에 둔 마지노선은 3~4위권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권 획득의 범위에 있는 순위다. “우리는 매 경기 승점을 얻어야 한다. 버텨야 한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당면한 경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울산, 전북과 비교하면 서울의 전력은 강하지 않다. 울산은 국가대표 출신 대어들을 대거 영입해 엄청나게 보강했다. 전북은 다소 느슨한 듯하나 오랜 우승 경험과 특유의 승리 DNA를 무시할 수 없다. ‘현대가’ 집안싸움에 휘말리기보다 어느 정도 관망하다 꼭 필요한 타이밍을 붙잡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도전자는 급할 이유가 없다. 과도한 목표를 설정할 필요도 없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바라보면 탈이 날 수 있다. 라이벌들의 힘이 빠질 때를 노려야 한다. 최 감독은 “조금씩 성장하다 보면 어느 정도 내가 구상한 팀이 돼 있을 것”이라고 착실한 내공의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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