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이스’ 쌍둥이 아빠 윌슨
시즌 ERA-QS 모두 당당 1위… 유달리 승운 없어 아직 5승
“팀 승리에 보탬된다면 만족, 돌 안된 아들 쌍둥이가 복덩이”
“쌍둥이 아빠가 쌍둥이 팀에서 뛰잖아요….”
지난해부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윌크라이’(윌슨+크라이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붙은 LG 외국인 투수 윌슨은 “난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아이 자랑이라도 하듯 가슴에 ‘TWINS’가 크게 박힌 훈련복을 입고 나왔다. 윌슨은 “이 글자를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해 8월 태어난 쌍둥이(맥스, 브래디)는 그에게 큰 힘이 되는 듯하다. 지난해 9승 4패 평균자책점 3.07로 준수한 활약을 보인 윌슨은 2년 차를 맞아 5승 3패 평균자책점 1.67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32·1.74)에 앞선 리그 1위에 올라 있고, 안정감의 지표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도 리그 최다(11번)를 기록하고 있다.
91.6%의 확률(12번 중 11번)로 기록한 QS 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1.06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윌슨을 상대할 때면 “왜 하필…”이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호투 비결에 대해 윌슨은 “2년 차가 돼 타자들을 좀 더 알게 됐을 뿐이다. 그래서 좀 더 복잡한 레퍼토리로 승부하려고 노력하는데 운이 따랐다”고 겸양을 내비친다.
주변에서는 윌슨의 남다른 ‘학구열’을 비결로 꼽는다. 틈틈이 한국어 공부에 매진해 간단한 한글도 쓸 줄 안다는 그는 상대 팀 선수들의 이름도 이름 석 자까지 정확히 외고 있으며 철저히 분석한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다른 팀 타자 이름과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자 정확한 발음으로 “양의지(32·NC)”라고 했다. “주자가 있건 없건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스윙을 하는데, 그런 모습이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완벽할 것 같은 윌슨이지만 유달리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지난해 숱한 호투에도 9승에 그친 그는 한층 돋보이는 올해도 승수 쌓기에서는 5승으로 여전히 아쉬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지난해 이때(3승)보다 지금이 낫다”며 “개인 성적 욕심보다는 잘 던져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굳이 욕심이 있다면 ‘연패스토퍼’ 역할이다. 지난해 LG는 시즌 초반 8연승한 뒤 8연패에 빠지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가을야구 진출에도 실패했다. 윌슨은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지 못한 게 아쉽다. 올해는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쌍둥이 덕에 지금 좋은 모습을 끝까지 이어갈 듯하다. “쌍둥이가 어느덧 기어 다니는데,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반응도 하고 그래요. 그렇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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