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선수로서 도의적 책임”, “영구결번급 선수인데” 삼성 침울
역전 끝내기가 마지막 안타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 타자 박한이(40·삼성)는 26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서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친 뒤 온몸으로 포효했다. 자신의 시즌 19번째이자 개인 통산 2174번째 안타였다. 하지만 이 안타는 그의 야구 인생 마지막 안타가 됐다. 발목을 잡은 것은 음주 운전이었다. 그는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27일 삼성에 따르면 박한이는 이날 아침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065%가 나왔다. 면허 정지 수준이다. 박한이는 경찰 조사에서 “26일 낮 경기를 마친 뒤 자녀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참관하고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며 “현역 중 최고참에 해당하는 선수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구단을 통해 전했다.
2001년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19년간 줄곧 삼성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데뷔와 함께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찼고, 2016년까지 16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 9월 8일 롯데전에서는 KBO리그 통산 6번째로 2000안타 고지에도 올랐다. 무엇보다 그는 삼성의 우승 청부사로 통했다. 박한이가 입단하기 전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던 삼성은 그의 입단 이듬해인 2002년을 시작으로 모두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 팬들은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쳐 온 그를 ‘착한이’라고 불렀다. 박한이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삼성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 않다며 권리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27일 현재 타율은 0.257로 크게 좋지 않지만 올 시즌 개막 직후인 3월 27일 롯데전에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올해까지 통산 성적은 타율 0.294, 146홈런, 906타점이다.
지난주 5승 1패를 기록하며 중위권 도약을 노렸던 삼성은 뜻밖의 악재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성실한 관리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 온 박한이는 우리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영구결번도 아깝지 않은 선수가 이런 사건을 저질렀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한이는 구단을 통해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들과 구단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의 은퇴 여부를 떠나 조만간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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