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이 흐르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전광판 스코어는 2-0을 새긴 채 멈췄다.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잉글리시 더비’로 열린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파이널에서 리버풀이 토트넘을 꺾고 활짝 웃었다.
AC밀란(이탈리아)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정상에 선 2005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유럽 클럽 최강자에 리버풀이 등극한 순간, 토트넘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27)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으나 촉촉한 눈시울은 감추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 어두운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준우승 자격으로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았을 때도, 구단 스태프와 동료들이 위로를 건넬 때도 내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따스한 격려도, ‘적장’ 위르겐 클롭 감독의 강한 포옹도 쓰린 아픔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는 정중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인터뷰를) 오늘 안 했으면 좋겠다. (말)실수를 하지 않고 싶다”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긴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프로 커리어 첫 우승 트로피를 노린 UCL 파이널을 앞두고 “소중한 순간이다. 매 경기 인생을 걸고 뛴다. 다가올 승부도 그렇게 준비해왔다”고 의욕을 보인 손흥민은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정말 사력을 다했다. 모든 힘을 쏟았다. 지구촌 전역이 주목했던 ‘꿈의 무대’의 중압감에 모두가 바짝 얼어붙었고 몸이 무거웠으나 4-2-3-1 포메이션의 윙 포워드로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제 몫을 했다. 끊임없이 움직였고, 과감하게 돌파했으며 영리한 볼 전개로 찬스를 창출했다.
슛도 가장 많이 시도했다. 토트넘은 이날 모두 8차례 유효 슛을 했는데, 손흥민은 여기서 3개를 책임졌다. 최전방 골게터 해리 케인과 또 다른 측면 날개 델레 알리, 공격 2선의 중심을 맡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나란히 슛을 한 개 밖에 날리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
현장을 찾은 많은 기자들도 손흥민이 돌파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한편,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뭔가 큰일을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계속 불어넣었다.
다만 방점은 찍지 못했다. 올 시즌 UCL 여정은 12경기(906분), 4골로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 12골, 리그 컵 3골, FA컵 한 골에 이은 개인통산 시즌 최다득점(21골) 도전도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저앉을 이유도 없다. 어디까지나 한 번의 도전이 실패했을 뿐이다. 손흥민에게는 여전히 큰 목표가 남아 있다. 이뤄보지 못한 것이 정말 많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결코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