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프리에이전트(FA) 대형 장기 계약 첫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타 팀으로 이적한 경우 예상과 달리 실망감을 준 사례가 많았다. 팀과 팬들의 높은 기대가 주는 중압감,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 등이 FA 선수들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NC 다이노스 양의지(32)는 FA 계약도 훌륭한 모범답안을 써내려가고 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만점 활약이다. 두산 베어스에서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칭찬이 NC에서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극찬으로 더 높아지고 있다.
양의지는 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번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NC는 3연패를 당했다. 주말 마지막 경기까지 LG에 내주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둔 대구로 출발해야 했다.
그러나 NC에는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정상급 4번타자가 있었다. 양의지는 선취점을 내줘 0-1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 중이었던 LG 선발 케이시 켈리는 최고 149㎞ 빠른 패스트볼, 볼 끝의 변화가 큰 투심 패스트볼로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양의지는 볼카운트 2B-1S에서 켈리가 던진 144㎞ 투심이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스윙했지만 특유의 강한 손목 힘이 더해진 타구는 비거리 125m를 기록하며 잠실 외야석 좌측 상단에 떨어졌다.
켈리는 갑자기 허용한 대형 홈런에 흔들렸다. 볼넷 2개에 안타 2개를 더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양의지는 곧장 다음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3회 2사 후 타석에서 켈리가 던진 초구 147㎞ 투심 패스트볼을 때려 왼쪽 담장을 다시 넘겼다. 시즌 11·12호 홈런을 연이어 터트리며 홈런 1위 추격도 다시 시작했다. 이날 SK 와이번스 최정도 시즌 11호·12호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왕 경쟁은 1위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13개)의 뒤를 둘이 함께 바짝 뒤쫓는 구도가 됐다.
양의지는 경기 초반 리그 정상급 투수인 상대 선발을 흔들고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1회부터 9회까지 안방을 든든히 지키며 수비에서도 리그 최고 포수로 진가를 보여줬다.
선발 박진우와 호흡을 맞추며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3안타 삼진 6개로 호투를 이끌었다. 공이 빠르지 않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큰 박진우의 장점을 극대화한 볼 배합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승리로 NC는 LG와 다시 공동 3위로 순위가 같아졌다.
양의지는 경기 후 “팀의 연패를 끊는 필요한 홈런을 쳐서 기쁘다. 투수 박진우가 좋은 피칭을 해 주었고 야수들이 연패를 끝내고자 하는 마음이 커 승리 할 수 있었다”며 “이번 주 마지막 경기를 이겼다. 다음 주에도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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