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이 흐르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전광판 스코어는 0-2를 새긴 채 멈췄다.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으나 촉촉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다. 어두운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준우승 자격으로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을 때도, 구단 스태프와 동료들이 위로를 건넬 때도 내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2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을 마친 ‘울보’ 손흥민이 또 눈물을 보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따스한 격려도, ‘적장’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의 강한 포옹도 쓰린 아픔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경기 후 TV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우리 팀이 매우 자랑스럽고 이것이 축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손흥민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는 취재진에 “(인터뷰를) 오늘 안 했으면 좋겠다. (말)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긴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UCL 결승을 앞두고 “소중한 순간이다. 매 경기 인생을 걸고 뛴다. 다가올 승부도 그렇게 준비해 왔다”며 의욕을 보인 손흥민은 이날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정말 사력을 다했다. 모든 힘을 쏟았다. 지구촌 전역이 주목했던 ‘꿈의 무대’의 중압감에 모두가 바짝 얼어붙었고 몸이 무거웠으나 4-2-3-1 포메이션의 윙 포워드로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제 몫을 했다. 끊임없이 움직였고, 과감하게 돌파했으며 영리한 볼 전개로 찬스를 창출했다. 슛도 가장 많이 시도했다. 토트넘은 이날 모두 8차례 유효 슛을 했는데, 손흥민이 3개를 날렸다. 최전방 골게터 해리 케인과 또 다른 측면 날개 델리 알리, 공격 2선의 중심을 맡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나란히 슛을 한 개밖에 날리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돌파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한편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뭔가 큰일을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계속 불어넣었다. 다만 이번엔 방점을 찍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UCL 여정은 12경기(906분), 4골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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