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0·KT 위즈)는 지난해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압도적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발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체 8번 도루 시도 중 성공 3개, 실패 5개로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프로필상 체형도 신장 184㎝, 체중 98㎏으로 날렵한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강백호의 발걸음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도루 시도가 잦아졌다. 9일까지 65경기에서 도루 7개를 시도해 6차례 성공했다. 지난해 단 하나의 번트안타도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3개를 성공시켰다. 내야안타도 이미 9개로 지난해(8개) 기록을 이미 추월했다.
추가 진루에서도 강백호의 가치가 돋보인다. 추가 진루는 주자로 나가있을 때 땅볼이나 뜬공이 나올시 한 베이스 더 간 것을 누적한 값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 32개의 추가 진루에 성공했다. 리그 전체 9위인데, 그의 위에는 박해민, 김상수(이상 삼성 라이온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등 ‘쌕쌕이’ 타입의 선수들뿐이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강백호는 뛸 필요가 없는 타자였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보다 장타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장타를 만들기 쉽지 않아졌고,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한 셈이다.
이강철 KT 감독의 야구철학과도 맞다. 이 감독은 김민혁, 심우준, 박승욱, 조용호 등 발 빠른 선수들을 라인업에 적극 기용한다. 장타 생산이 쉽지 않다면 발로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뜻밖에 강백호까지 뛰는 야구에 가세한 셈이다. 이 감독은 “스피드 자체가 빠르진 않지만 센스를 타고 났다. 스타트할 때 센스가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내야진이 깊은 위치에서 수비를 하자 번트로 시프트를 흔드는 것도 강백호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혁수 KT 작전·주루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의 뛰는 야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구단에 요청해 ‘슬라이딩 베드(Sliding Bed)’를 공수했다. 슬라이딩 베드는 실제 땅보다 미끄럽고, 부상 위험이 적기 때문에 적극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캠프 내내 빠른 스타트와 적극적인 슬라이딩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 한 코치는 “흔히 공·수·주 3박자라고 하지 않나. 이제 주루까지 갖추게 된 것 같다”며 “주루라는 옷도 (강)백호에게 잘 맞는 것 같다. 본인이 도전을 워낙 좋아한다. 디테일함을 갖추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극찬했다.
강백호는 “뛰는 야구가 낯설긴 하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갈수록 팀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며 “나는 아직 젊다. 쌩쌩하니까 더 많이 뛸 수 있다”고 자부했다.
지난해 루키 강백호가 장타에 특화된 선수였다면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또 한 번의 진화가 완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