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정정용 감독(50)은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졌다. 대회 이전까지는 주목받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면서 단숨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의 리더십에도 많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선수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지도방식으로 어린 태극전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이 잘할 때는 칭찬을, 선수들의 부진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결승전에서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김정민(20·리퍼링)에게 일부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비판과 비난은 내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이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지도자에게 건전한 비판을 해주길 바란다”라며 감쌌다.
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7일 귀국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자신보다 주변을 챙기는 정 감독의 성향은 행사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선수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성적을 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성적을 냈다.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나와 선수들만 주목을 받은 것 같다. 우리 코치들도 한마디씩 했으면 좋겠다”며 함께 고생한 코치들을 치켜세웠다. 정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이 단상에서 이야기할 때마다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재미있는 대답을 한 선수들에게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주장 황태현(20·안산 그리너스)은 마이크를 잡고 “감독님 헹가래를 하고 싶었는데 결승전에서 져서 못 했다. 여기서 한번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금세 정 감독을 둘러싼 선수들은 힘차게 헹가래를 했다. 서울광장 한복판에서 수많은 팬들이 모인 가운데에 공중으로 떠오른 정 감독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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