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막 BC카드 대회 시즌 첫 승 재도전
-KLPGA투어 시즌 우승 없이도 선두 질주
-13개 대회에서 9번 톱10
-먼저 하늘로 떠난 오빠의 응원도 큰 힘
박채윤(25·삼천리)은 소리 없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한 달 넘게 대상 포인트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우승 한 번 없이.
최우수선수에 해당되는 대상은 대회 성적에 따른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18일 현재 이 부문에서 236위로 1위에 올랐다. 2위 박민지(206점)와는 30점 차이다.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어도 그는 이번 시즌 13개 대회에서 9차례나 톱10에 들었다. 톱10 피니시율 부문에서도 69.2%도 1위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다.
박채윤은 “옛날 보다 기복이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10개 중에 5, 6개 나오던 실수가 요즘은 2, 3개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임팩트 때 척추각이 무너지면서 방향성이 나빠졌다. 그걸 고쳤더니 효과를 봤다. 아이언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KLPGA투어에 따르면 역대 우승 없이 대상 수상자가 된 경우는 없다.
지난해 시즌 초반만 해도 그는 골프를 관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까지 했다. 2015년 KLPGA투어 데뷔 후 오랜 세월 무관에 그쳤기 때문. 하지만 전문적인 멘탈 트레이닝과 함께 자기계발서까지 찾아 읽으며 부정적인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배구 스타 김연경이 지은 ‘아직 끝이 아니다’였다고.
다시 마음을 잡은 뒤 지난해 6월 맥콜 용평리조트오픈에서 105개 대회 만에 고대하던 첫 우승을 이룬 뒤 자신감이 커지게 됐다.
박채윤은 골프를 시작한 데는 한때 말조차 꺼내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이젠 인터뷰에도 언급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어도 아직도 그 기억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제가 열 살 때 당시 21세이던 오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온 가족이 큰 슬픔에 빠졌죠. 엄마 아빠가 너무 힘드셨는데 골프라도 시켜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잊을 수 있을까 해서 골프채를 잡게 하셨어요.”
지난해 KLPGA투어 첫 승을 거뒀을 때는 오빠가 생전에 늘 냉장고에 넣어두고 자주 마시던 맥콜을 제조하는 회사가 주최하는 대회여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아마 멀리 가있는 오빠가 보내준 우승 같다. 고생하신 부모님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울먹였다.
대전체육고를 졸업한 그는 중고 시절 상비군과 대표로 4년을 뛴 뒤 2013년 프로에 데뷔했다. 250m를 넘나드는 장타가 주무기다. 이번 시즌에는 정교한 아이언샷을 앞세워 79.4%의 그린적중률(3위)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타수는 4위(70.9타).
박채윤은 올 들어 삼천리와 새롭게 메인스폰서 계약을 했다. 그는 “삼천리에는 선후배 선수들이 많아 조언도 들을 수 있어 좋다. 소속감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삼천리 골프단 선수들과 미국 전지훈련을 3주 다녀오기도 했다.
박채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크라우닝 최인혜 매니저는 “집에서 외동딸이라 언니나 동생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골프단에 속하면서 많이 밝아졌다.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천리 골프단 지유진 감독은 “박채윤 프로는 원래 티샷 방향성이 안정적이고 비거리가 우수하다”며 “이번 시즌에는 중장거리 퍼팅 성공률이 많이 높아진 게 스코어가 잘나오는 비결 같다”고 설명했다.
박채윤은 퍼팅할 때 몸이 많이 움직이는 단점을 집중적인 연습으로 보완했다. 그 덕분에 5m 내외의 퍼팅 성공률이 향상됐다.
박채윤은 20일 포천힐스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컵에 출전한다. 박채윤은 “처음 쳐보는 코스라 낯설다. 길고 좁은 코스여서 정확성이 중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그는 “우승은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 같다. 운도 따라야 한다. 욕심을 비우고 모든 홀에 집중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때 포기하려고 했던 골프의 매력은 뭘까. “할 때는 안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안 하면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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