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는 올해 KBO리그에 데뷔한 외국인타자다. 이름이 길다보니 줄여서 ‘호미페’로 통한다. 한국야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쿠바 국적의 우투좌타 내야수다.
‘호미페’ 페르난데스의 기세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어느새 타격 전 부문에서 리그를 지배하는 최고 타자로 등극했다. 이제 반환점을 갓 돌거나 목전에 두고 있을 뿐인데, 벌써 세 자릿수 안타를 몰아쳤다. 유일하다. 17일까지 105개로 최다안타 1위다. 타율(0.363)과 장타율(0.543)은 NC 다이노스 양의지(0.363·0.597)에 이어 2위다. 홈런은 공동 11위(10개), 타점은 6위(53개)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WAR)에선 4.10으로 2위 양의지(3.61)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다. 결승타도 9개를 뽑아 키움 히어로즈 제리 샌즈(10개)에 이어 팀 동료 김재환과 함께 공동 2위다. 어느새 두산 타선에서 ‘대체불가선수’가 됐다.
페르난데스의 활약을 지켜보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흐뭇하기만 하다. 11~13일 한화 이글스와 치른 대전 원정 때다. 경기 전 자신의 주 수비 포지션인 1루가 아닌 2루에서 훈련하던 그를 보고 김 감독은 “쟤는 쿠바국가대표팀에서 연락 왔나봐”라며 취재진에게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쿠바는 11월 6~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C조에서 슈퍼라운드(일본 도쿄) 진출을 다툴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때마침 김평호 야구국가대표팀 전력분석총괄코치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는 쿠바선수들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온 직후였다. 김 코치는 쿠바의 오른손 거포들에 주목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알렉스 게레로, 주니치 드래건스 다얀 비시에도,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리스벨 그라시알와 알프레도 데스패뉴 등이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 왼손투수들이 마운드의 주력이 될 한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여기에 왼손 거포 페르난데스가 올 시즌 KBO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방에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격이다.
C조에는 한국, 쿠바와 더불어 호주, 캐나다도 있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A~C조 상위 2개국, 총 6개국이 겨루는 슈퍼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 직행 티켓을 거머쥐려면 11월 프리미어 12에서 슈퍼라운드에 들어야 하고, 대만과 호주를 제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1위를 거머쥐어야 한다. 첫 관문이 조별리그인데, 한국이 목표를 이루려면 쿠바를 확실히 제압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페르난데스에게 ‘부메랑’을 맞아선 곤란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특별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두산 스카우트팀에 따르면, 페르난데스의 가장 큰 강점은 코스에 관계없이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선구안이 좋아 출루율도 높다. “처음에는 장타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는데, 현재로선 단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자체 평가다. ‘호미페’ 페르난데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서둘러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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