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지현 수석이 ‘백업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6월 19일 14시 27분


LG 유지현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LG 유지현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유지현 수석코치(48)는 백업 선수들의 남모를 고충을 안다. 늘 가장 마지막까지 훈련하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힘찬 박수를 곁들여주는 이유다.

백업 선수들에게 주어진 환경은 참으로 얄궂다. 주전 선수들이 타격 훈련을 모두 마친 뒤에야 배팅 게이지에 하나둘 모여 방망이를 돌려보는 것은 아주 일상적이다. 대타 혹은 대수비, 대주자의 역할을 맡으면서 출전 기회도 제한적으로 주어지지만, 상황에 맞춰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그나마도 벤치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다.

어느 날 유 수석은 타격 훈련을 하던 전민수(30)에게 다가가 크게 박수를 쳤다. 그 이유를 물으니 “대타로 나와서 잘 치고 있다. 너무 기특하다”며 웃었다. 실제 전민수는 대타 카드로서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 올 시즌 25경기에 나서 타율 0.313에 대타 타율은 0.400이다.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도 4-6으로 추격하던 6회 선두 타자 김재율의 타석에 대타로 나선 그는 볼넷을 골라냈고, 이후 오지환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팀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분명 값진 득점이었다.

유 수석은 “백업 선수들은 언제 경기에 나갈지 몰라서 늘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며 “다른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에 4~5번의 공격 기회가 있지만, 백업 선수들은 경기에 나가더라도 한 타석에서 잘 못치면 한없이 못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옆에서 칭찬이라도 좀 해주면 낫지 않을까 싶다”는 그는 백업 선수들에게 줄곧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백업이자 선배 그룹에 속하는 김용의(34), 윤진호(33)를 향해서도 남달리 고마운 마음을 꺼냈다. 유 수석은 “코치, 선배로서 고마울 정도로 팀을 위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며 “사실 둘의 역할이 팀 전체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님에도 굉장히 열심히 한다. 훈련에서도 가장 성실하다”고 치켜세웠다.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유 수석은 “후배들도 보는 눈이 있다. 열심히 하는 선배들을 보면 코치가 먼저 지시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따라간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래서 팀 내에는 좋은 선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의와 진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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