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청춘들은 입담도 실력 못지않게 ‘톡톡’ 튀었다. 한 달간 쌓아온 뒷이야기는 물론 서로의 비밀들을 공개하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는 기색이 없었다. 당참을 넘어 당돌하기까지 한 이들이 왜 세계무대에서 역사를 써냈는지 쉽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룬 청춘 태극전사들이 안방 K리그 무대로 돌아온다.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를 만든 조영욱(20·FC서울)과 전세진(20·수원 삼성), 오세훈(20·아산 무궁화), 황태현(20·안산 그리너스), 엄원상(20·광주FC)은 2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복귀 미디어데이에서 그간 숨겨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 “청와대 식사, 맛도 기억 안 나요”
이들은 전날 참석한 청와대 만찬 행사 뒷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생애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조영욱은 “원래는 영빈관에서 손님을 맞은 뒤 식사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제는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아래층에서 밥을 먹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좋은 대접’이라고 귀띔을 해줬다. 깜짝 놀랐다”면서 “사실 어제 청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생각도 못했는데 사회자의 권유로 ‘오 필승 코리아’ 한 소절을 불렀다”고 수줍어했다.
오세훈은 “대통령님 앞에서 식사를 했는데 심장이 떨리더라. 밥이 맛있었는지 맛없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곁에서 이를 듣던 황태현 역시 “나도 식사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맛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18·발렌시아)도 기자회견 도중 등장했다. 이강인은 17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귀국 환영행사에서 전세진과 엄원상을 자신의 친누나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동료로 꼽으며 “그나마 정상인 형들”이라고 표현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나머지 3명에게 이강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를 묻자 조영욱은 “이 자리에서 내가 잘 났다고 말하기보다는 이 친구는 정말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전세진이다. 외모는 정말 잘생겼지만 세진이는 상대방과 연락을 하기 시작하면 그 여자가 바로 떠난다. 이유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다”고 견제 아닌 견제를 했다. 형의 폭로를 바로 옆에서 듣던 전세진의 얼굴이 붉어진 순간이었다.
이강인의 매형 후보군에서 제외된 오세훈도 “(이)강인도 그리 정상적이지는 않다. 가끔 장난으로 선을 넘을 때가 있어서 내가 응징을 했었다. 그 뒤로는 나를 조금 무서워했다”고 반격했다.
● “룸메이트 비밀, 이야기 안 하려고 했지만”
이날 가장 큰 웃음을 끌어낸 답변은 태극전사들의 비밀 폭로였다. 판도라의 상자를 먼저 연 주인공은 조영욱이었다. 룸메이트의 비밀을 이야기해 달라는 질문에 “이번 대회에서 이지솔(20·대전 시티즌)과 같은 방을 썼다. 지솔이가 이 말만큼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이야기하겠다. 사실 지솔이가 화장실 물을 잘 내리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좌중을 웃긴 조영욱은 발언 직후 “지솔아 미안하다”면서 잠시 고개를 푹 숙였다.
거침없는 폭로는 계속됐다. 전세진은 룸메이트 고재현(20·대구FC)이 잘 씻지 않는다는 비밀을, 오세훈은 김현우(20·디나모 자그레브)의 생리현상 냄새가 너무 독하다는 기밀을 공개했다. 엄원상은 “룸메이트 황태현은 너무 진지해서 문제다. 특히 평소 듣는 노래가 그렇다. 경기 전 고(故) 김광석의 노래와 같은 옛날 곡들을 듣는다. 한 번은 스마트폰을 뒤져봤더니 최근 노래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참아왔던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간 숨겨온 뒷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폴란드에서의 추억을 되새긴 청춘 K리거들은 이제 각자의 소속팀으로 복귀해 팬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