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정교한 전력배치가 필요한 야구장이다. 홈부터 좌·우 펜스까지 길이가 100m, 중앙이 125m로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해도 외야가 넓은 편에 속한다. 특히 좌·우 중간이 깊다. 두산 베어스는 이 부분에 먼저 주목했다.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을 수 있는 강견을 가진 우익수, 2루타를 안타로 막을 수 있는 빠른 발을 가진 중견수를 집중 발굴했다. 정수빈(두산), 민병현(롯데 자이언츠)을 비롯해 가을야구에서 더 중용됐던 임재철(은퇴), 전상렬(한화 이글스 코치) 등이 기용됐던 이유다.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도 수년 전부터 이 부분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류중일 감독은 리그 최고의 수비전술 전문가로 꼽힌다. 그러나 어떠한 전략도 배치된 외야수가 타구 판단에서 실수를 하고 수준 이하 송구를 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LG는 KIA 타이거즈와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가 걸린 23일 홈경기에서 외야 수비가 무너지며 자멸했다. 중견수 이천웅은 0-0으로 맞선 6최초 1사 만루에서 한승택의 짧은 외야 희생플라이를 잡고 홈으로 송구했지만 1루쪽으로 크게 치우쳐 날아갔다. 홈 승부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선취점도 내주고 2사 2·3루 위기가 이어졌다. 이어진 유재신의 좌전 적시타 때 전민수의 타구 판단도 아쉬웠다. 첫 바운드 지점 설정을 망설이다 공을 잡으며 2루주자 득점까지 허용했다. 추가 실점해 0-4 상황에서 이어진 2사2루에서 또 한번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박찬호의 짧은 중전안타를 잡은 이천웅의 송구는 홈에 한참 못 미치며 추가 점수를 내줬다. 공이 여러 번 바운드 된 후 포수 미트에 도달해 타자 주자는 그 사이 2루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0-5로 점수가 벌어진 7회 1사 2루, 전민수는 김선빈의 평범한 외야 플라이의 낙구 지점을 완전히 놓치며 또다시 추가 실점했다.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LG는 불펜까지 안정을 더하며 2위권 추격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외야수비가 개선되지 않으면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에서도 치명적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