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완델손에 해트트릭 허용 등 후반 중반까지 대패 위기였으나
조재완 3골 등 터지며 대추격전… 결국 막판 정조국 역전극 마무리
K리그 역사에 없던 스코어 완성… 데뷔전서 4실점 혼쭐난 이광연
“형들 투혼 고맙고 미안해 눈물”
“힘을 내라! 이광연!”
강원과 포항의 K리그1(1부) 경기가 열린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강원 안방 팬들은 수문장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7경기에서 8실점하며 한국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해 준우승을 이끈 ‘빛광연’ 이광연(20·강원·사진)이 이날 K리그1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광연은 전반 18분 포항 완델손의 중거리슛을 막지 못해 실점했다. 전반 38분에는 포항의 프리킥에서 완델손이 찬 공이 골대 앞에 바운드된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광연은 긴장한 듯 공의 낙하지점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광연은 후반 9, 11분에도 골을 내줬다. 완델손은 해트트릭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0-4. 패색이 짙었지만 이광연은 온몸을 던지며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괜찮아!”라고 외치며 선배 수비수들을 독려했다. 강원의 형들은 동생(이광연)의 데뷔전에 기어코 승리를 안겼다. 후반 25분 강원 조재완의 골이 ‘반전쇼’의 시작이었다. 후반 33분 발렌티노스의 골로 2-4까지 추격한 강원.
정규시간 90분이 지난 뒤에도 강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조재완(후반 46분, 48분)이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마침표는 베테랑 정조국(35)이 찍었다. 그는 후반 50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5-4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동안 3골이 터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 역사상 0-4로 뒤지던 팀이 역전승한 것은 처음이다. 또 양 팀에서 각각 해트트릭 선수가 나온 건 K리그 통산 세 번째이자 2013년 출범한 K리그1에선 첫 기록이다.
이광연은 “월드컵보다 프로 무대가 어려웠다. 많은 실점을 해서 독이 됐지만, 고쳐야 할 점을 깨달았다는 점에서는 약이 됐다. 형들이 끝까지 투혼을 보여주며 승리를 만들어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K리그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복귀로 한층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린 공격수 오세훈(20·아산)은 전날 대전과의 K리그2(2부) 안방경기에 후반 10분 교체 출전했다. 그가 그라운드를 밟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라운드까지 아산의 평균 관중 수(2150명)의 두 배도 넘는 5016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아산의 올 시즌 홈 최다 관중. 오세훈은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하는 등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산은 대전을 1-0으로 꺾었다.
K리그1 FC서울과 대구가 맞붙은 DGB대구은행파크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대구는 지난 라운드까지 평균 관중 수가 1만397명이었는데 이날은 1만2068명을 기록했다.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조영욱(20·서울)은 후반 20분 교체 투입됐다. 그는 전방에서 수차례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서울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를 보유한 구단들이 선수 사인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당분간 월드컵이 불어넣은 K리그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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