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뛰는 야구’의 가치가 높아졌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가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흔드는 사례는 드물다. 심우준(24·KT 위즈)은 수비와 주루에서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있다.
올 시즌 심우준의 ‘발야구’는 비로소 만개한 모양새다. 24일까지 RAA(평균 대비 득점 생산) 주루 부문에서 2.00으로 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상위 5걸 중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심우준이 유일하다. 아울러 추가진루율도 65.4%로 2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1위다. 그 사이 주루사는 한 개도 없다. 이강철 KT 감독은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심우준은 이런 구상에 꼭 맞는 퍼즐이다.
수비도 안정감을 갖춰가고 있다. 심우준은 5월 31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부터 6월 23일 수원 NC 다이노스전까지 21연속경기 무실책 행진 중이다. 데뷔 후 선발출장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 최장기록이다. 리그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기록이다. 이 감독은 “(심)우준이가 최근 수비에 안정감이 생겼다. 뛸 수 있는 선수가 수비 집중력까지 높아졌으니 전력에 큰 보탬이 된다”고 칭찬했다.
심우준을 바꾼 것은 코칭스태프의 당근과 채찍이었다. 이 감독은 매년 주전 유격수 후보로 꼽혔지만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했던 그를 경쟁체제에 뒀다. 개막 직후까지 유격수 황재균 카드를 고민했고, 강민국의 음주운전 징계가 끝나자 그를 곧장 기용했다. 심우준으로선 잠재력을 폭발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박정환 수비코치는 송구시 사이드암스로 활용을 주문했다. 심우준도 “박 코치님 조언 덕에 송구 안정감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박 코치는 “수비는 꾸준히 하면 는다. 하지만 대부분 수비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며 “우준이는 누구보다 독하게 수비훈련을 한다. 그 효과를 조금씩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소 “어깨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지만, 집중력 저하를 지적받던 심우준은 사이드암스로를 장착하면서 자신감까지 더했다. 5년차 유격수, 미완의 대기였던 그는 비로소 자신의 야구를 그라운드에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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