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 드립니다. 24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 이경호 차장,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이경호(이하 이) : 한화 이글스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3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팀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큽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반등할 수 있는 예비동력도 잘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24일 1·2군 투수 파트 코칭스태프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글쎄요.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서다영(이하 서) : 지난해 불펜야구의 중심인 송진우 코치의 역할을 정민태 퓨처스 코치가 맡게 됐습니다. 김해님 불펜코치도 함께 2군으로 내려가고 마일영 코치가 올라왔습니다. 사실 지금은 마운드보다 타격 파트가 더 심각해 보이는데요.
정재우(이하 정) : 대략 5가지 소주제를 다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반등 기미가 없는 타선, ‘믿었던 도끼’로 전락한 불펜, 감독 2년차 징크스, 이용규와 정근우의 불행한 동거, 정은원의 성장과 장민재의 재발견. 반환점을 돌았으니 중간결산이란 성격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겠네요.
이 : 지난해 한화가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불펜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부터 짚어봤으면 합니다. 사실 불펜은 예전 삼성 라이온즈 같은 막강한 전력이 아니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전력이기도 합니다. 불안요소가 많죠.
강산(이하 강) : 개막 전 한화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 속에도 불펜은 야구의 여러 전력구성 요소 중 가장 변수가 많은 위치라는 분석이 따랐습니다.
정 : 지난해 한화는 불펜의 힘으로 3위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죠. 세부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불펜의 평균자책점 4.28은 1위, 구원 42승도 1위였고요. 37세이브 62홀드 역시 상위권이었죠.
● 달라진 불펜 전력, 그리고 추락
이 :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에 저 성적을 거뒀으니 3위를 했죠. 그러나 구원승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정 : 하지만 올해는 송은범, 이태양, 박상원의 부진 속에 불펜 성적도 크게 하락했어요.
최익래(이하 최) : 질적 자원을 떠나서 양적 자원의 결핍이 느껴지네요. 그러면서 권혁, 배영수가 떠오르고요.
강 : 박상원, 이태양, 송은범은 물론이고, 초반을 버텨줬던 서균까지. 새 선수들도 많이 나왔고, 안정감도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지난해 한화 불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다름없었어요.
이 : 서균 돌풍이 대단했었죠. 올해는 거의 1군에서 볼 수 없네요.
장은상(이하 장) : 지난해 좋았던 카드들이 올해 그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여러 암초를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네요.
정 : 올 시즌 현재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28로 6위에 그치고 있어요. 또 지는 경기가 많으니까 세이브와 홀드도 급감했는데요. 12세이브, 24홀드인데 특히 홀드는 최하위입니다. 팀 성적과 연계되겠지만 불펜투수들이 그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 : 지난해 불펜이 강했던 만큼 선발 보강이 큰 숙제였는데. 역시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정 : 역시 선발진과 연계돼 있어요. 선발들이 부진하다보니 개막 직후부터 불펜투수들을 선발로 돌리는 등 마운드 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한 영향도 크죠.
장 : 맞아요. 솔직히 이닝을 ‘제대로’ 먹어준다는 선발이 올해는 딱히 안 보이는 느낌이거든요.
최 : 외국인투수 둘까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니….
이 : 또 한 번 배영수, 권혁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발 보강이 결과적으로 실패하면서 불펜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 : 권혁, 배영수가 팀에 남았다면 전력상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그래도 아깝죠. 특히 권혁. 분란을 일으키고 떠난 권혁이나 순순히 놓아준 한화나 다시 한번 여러 문제점이 보입니다.
● KBO리그 경험 없는 일본인 타격코치
이 : 공격력도 굉장히 심각해보입니다. 수비도 문제가 있고요.
장 :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김태균뿐이네요.
정 : 타선의 부진은 특정 투수, 즉 삼성 덱 맥과이어에게 3번이나 당한 장면만 되돌아봐도 드러납니다.
강 : 맥과이어의 시즌 3승이 모두 한화전입니다. 장 : 맥과이어가 한화생명보험에 들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네요.
정 : 타격 코칭스태프의 문제점으로 집약될 수 있겠죠.
이 : 타격은 장종훈 수석코치는 손을 떼고 다나베 노리오 코치가 전담하고 있나요?
정 : 이양기 코치가 보조죠.
서 : 장종훈 수석도 능력이 있는데 역할의 한계가 아쉽네요.
강 : 득점권 타율도 0.249로 뒤에서 두 번째고, 7회 이후 타율은 꼴찌(0.243)에요. 지난해에는 승부처에서 한 방으로 해결하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올해는 경기 후반에 기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정 : 장종훈 수석은 타격 부문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KBO리그가 처음인 일본인 코치와 코치 경력이 짧은 국내 코치가 마치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는 타격 파트를 맡고 있죠.
이 : 타격 파트가 심각하군요. 최악의 조합으로 보입니다. ‘분석’과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불안정한 시스템입니다. 타격코치가 예전처럼 타격 폼 잡아주는 게 중요한 시대가 아닌데요.
서 : 타선에서도 투수진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선수인 제라드 호잉이 중심을 잡아주지는 못하네요.
정 : 호잉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확실히 분석을 당한 듯하고요. 문제는 다른 타자들입니다. 호잉이 그나마 꾸준해요.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에 비하면. 여기에 한화 타선의 안타까운 단면이 있어요.
이 : 저는 김태균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어요. 장타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콘택트 능력은 뛰어납니다. 차라리 2번에 배치해서 활용방법을 극대화하면 어떨까요?
최 : 진정한 강한 2번!
정 : 문제는 발이죠. 김태균의 발로는 출루해도 병살이 이어질 테니까요. 그보다는 해결사 능력이 더 필요하죠. 타격 전체를 보면 한화도 전력분석 파트를 통해 데이터를 접목하고 있다는데,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분발이 필요하네요. 서 : 지금도 병살타가 많긴 해요. 65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입니다.
장 : 시즌 초 깜짝 활약을 보인 이들의 실종도 눈에 띕니다. 노시환, 변우혁으로 이어지는 신인들은 지금 프로의 벽을 절실히 느낀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들에게 당장 정은원 정도의 아웃풋을 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 한용덕 감독의 전혀 다른 2번째 시즌
이 : 한용덕 감독의 능동적인 대처가 아쉬워 보입니다. 왜 베테랑 감독들을 보면 타격 파트 싹 갈아버리고, 베테랑의 타순 조정하고, 보직 파괴하고, 그러면서 변화를 꾀하잖아요.
정 : 취임 첫해에 너무 순탄했죠. 올해 겪는 일들 중 일부를 작년에 예방주사로 맞았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강 : 지난해 성적이 너무 잘 나왔어요. 그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느낌입니다.
이 : 홈런이 급감하고 있는 시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정 : 한화는 그 자원이 아직 모자라요. 올해 겪는 어려움이 세대교체와 성적 사이의 딜레마로도 볼 수 있죠.
강 :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굉장히 큰 구장인데,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을 잘 활용하면 좌~우중간으로 2~3루타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요.
최 : 너무 급하게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 같아요.
이 : 급해요. ‘김성근 시대’와 종언을 서두른다는 느낌이 지난해부터 들었죠. 메이저리그처럼 파이어세일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리빌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데요.
정 : 구단 관계자들도 하는 얘기입니다만, 올 시즌에는 감독의 모든 구상이 처음부터 어긋났다고요.
이 : 그 어긋남의 출발이 이용규였을 수도 있겠네요.
정 : 지금 한화의 1·3루는 2~3년 안으로 주전이 바뀌어도 이상치 않아요. 그만큼 주전들의 노쇠화가 심해요. 외야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밑에서 올라오는 자원은 없어요. 중간층이 없기 때문이죠. 이게 한화가 2007년 이후 10년 넘게 암흑기를 보내면서 발생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죠.
이 : 주전 교체는 사실 감독의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만 한화는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수집에 열을 올리다 팜에 씨가 마르는 상황을 겪었죠. 그 후유증이 느껴집니다.
최 : 모든 신인이 이정후, 강백호는 아니잖아요. 돌이켜보면 ‘변노유’ 트리오가 너무 많은 짐을 지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두산이 ‘화수분 야구’라고 하지만, 새 얼굴이라고 나오는 야수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이잖아요. 그 담금질의 시간을 갖지 못한 건 올해 팀으로나 선수들에게나 마이너스인 것 같아요.
● 이용규와 정근우의 포지션 문제
이 : 이용규가 돌아오면 외야수비 보강, 득점 경쟁력 모두 보탬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정 : 이용규와 정근우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이가 됐어요.
이 : 처음부터 왜 정근우를 기준으로 삼았는지 의문입니다. 포지션이 없으면 뛸 수 없는 무대가 프로야구입니다. 지명타자로도 경쟁력이 없다면 백업이 맞는 역할입니다.
정 : 이용규가 왜 타순과 수비에 반발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는지는 다들 아시잖아요?
이 : 왜 계속 자신이 다른 선수의 역할 조정 때문에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을 겁니다.
강 : 정근우는 아예 지난해 그나마 통했던 1루수로 쓰는 게 베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 : 정근우는 지난해 2루에서 밀려나 1루로 갔고, 거기에서도 안 되니까 외야수로 옮겼다고 봐야죠. 그럼 왜 굳이 외야로 돌리느냐, 이게 핵심인데.
최 : 한화가 초기에 내세운 “정근우는 외야가 처음이라 중견수가 더 편할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선수나 코치들에게 물어봤는데, 2루에서 수비범위나 반응속도가 줄어서 외야로 밀려난 선수에게 중견수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정 : 정근우를 1루에 놓을 수도 있겠죠. 단, 그 경우 김태균, 이성열과 함께 3명의 노장이 한 포지션에 몰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강 : 중견수 위치는 휘는 타구가 적어서 편하다곤 하지만 엄청난 순발력과 수비범위가 요구되는 포지션이에요. 좌익수 위치에서 휘는 타구에 적응하는 것보다 중견수를 커버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좌익수 위치에서 몇 차례 사고가 나기도 했고요.
이 : 포지션 교통정리 실패, 이 부분이 한용덕 감독의 큰 미스였다고 봅니다.
정 : 하지만 정근우의 야구 IQ, 야구 센스는 아깝죠. 나이 들었어도 당대 최고였던 선수니까요. 그래서 본인도, 한 감독도 외야수로 보직 이동을 결정했고요. 그렇다면 외야에선 어떤 포지션이냐인데, 지금 여러분이 지적한대로 호잉과 이용규가 돕는 형태의 중견수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정근우가 적응에 실패하면 다시 이용규를 중견수로 돌리면 됐고.
이 : 어떻게든 정근우를 선발 라인업에 넣겠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닌지. 그 결과 팀의 화학적 결합에 문제가 생겼고요.
정 : 이용규가 반발하면서 모든 게 헝클어졌죠.
● 쉽지 않은 이용규 복귀 카드
이 : 이제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후반기 한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정 : 현재로선 딱히 돌파구가 안 보여요. 안타깝지만 그래요. 지금 지적한 문제들이 개선되면 올라갈 수 있죠. 그런데 이 문제들이 쉬운 것들은 아니죠. 게다가 NC 다이노스가 스스로 내려와줘서 한화에도 분명 기회이긴 합니다만.
이 : 투수 파트가 아니라 빨리 타격 파트부터 바꿔 확률 높은 야구를 하면서 재정비를 해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정 : 한화의 하락세는 5월 17일부터입니다. 키움을 상대로 시즌 첫 스윕과 3연승을 거둔 뒤로 급전직하에요. 5월 17일 이후 11차례의 3연전에서 10차례나 루징 시리즈를 당했고, 이 기간 팀 타율과 득점권 타율은 차마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서 : 정은원처럼 일부 선수들의 고군분투가 팀 성적으로 이어지지를 않다보니 상당히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장 : 이용규 복귀도 가장 빠른 선택지 중 하나인데요.
정 : 이용규 징계 해제는 지금 상태로는 어렵고요. 결국은 시기와 상황인데, 지금 한화가 호성적을 내고 있다면 좀 당겨질 텐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팀 내부 구성원들의 정서상 문제와도 직결되죠.
강 : 성적 안 나오니까 데려다 쓴다는 것은 구단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정 : 그리고 권혁을 순순히 내보낸 뒤 발생한 문제라 구단의 미스였다는 측면에서도 이용규는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어요.
이 : 언제나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이글스 팬들을 위해서라도 작은 불꽃이라도 살려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강 : 기회는 있습니다만, 한 번 흐름을 잡았을 때 무섭게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정말 어려울 듯해요.
최 : ‘마리한화’의 드라마가 그립습니다.
정 : 한화는 희망과 절망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그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요.
서 : 흔들림 없이 끝까지 승부하겠다는 뜻에서 내세운 올 시즌 슬로건 ‘Bring it’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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