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T 위즈는 ‘창단 첫’ 기록을 유독 많이 쏟아내고 있다. 10위를 찍고 6위까지 반등한 것은 창단 처음이고, 7월에 6위에 머물고 있는 것 역시 2015년 1군 진입 이후 최초다. 3연속 위닝시리즈도 올해 처음 달성했고, 2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로 구단 역사상 첫 6연승도 질주했다.
이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도 멀지 않다. KT는 84경기에서 38승45패1무, 승률 0.458을 기록 중이다. 5위 NC 다이노스는 81경기 39승42패, 승률 0.481이다. 두 팀의 승차는 단 2경기. 산술적으로는 한 번의 시리즈만으로도 뒤집을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1군 첫 시즌이던 2015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지난해 간신히 9위를 기록했던 KT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비결은 선발야구다.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는 타 팀과 견줘 크게 밀리지 않는 원투펀치다. 여기에 김민~배제성~김민수가 토종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민이 지난해 후반기 9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았을 뿐, 배제성과 김민수는 선발이 처음과 다름없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일본 마무리캠프부터 이들을 미래 선발자원으로 낙점했고, 곧바로 기회를 주고 있다. 팀 타율은 0.274로 3위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721로 6위, 득점도 374점으로 7위다. 타율에 비해서는 생산력이 덜하다. 그러나 4번타자로 다시 봄을 맞은 ‘캡틴’ 유한준을 필두로 꼭 필요한 상황에선 점수를 내고 있다. 여기에 멜 로하스 주니어가 6월부터 반등에 성공한 것도 든든한 요소다.
물론 아직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다. 이 감독은 5강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아직 시즌은 길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의 말처럼 아직 팀당 60경기 이상 남았다. 어느 누구도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
‘2019 KT’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을야구 달성여부와 무관하게 확실한 수확은 있다. 바로 패배의식 탈피다. KT는 지난해까지 승보다 패가 훨씬 많았다. 특히 5연패 이상의 긴 수렁에 빠지기 일쑤였다. 자연히 선수들도 패배를 익숙해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오늘도 지겠구나”라는 말이 종종 들렸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기 더욱 어렵다.
올해는 다르다. KT 선수단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감독은 한 템포 빠른 마운드 교체로 선수단에게 ‘아직 경기 포기하긴 이르다’는 메시지를 똑똑히 전한다. KT는 5회까지 뒤진 8경기, 7회까지 뒤졌던 6경기를 역전승으로 만들어낸 바 있다. 18승의 역전승은 리그 전체 4위다. 뒷심이 생긴 것이다. 설령 패하더라도 이튿날 이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선수단 사이에 전염처럼 퍼졌다.
패배의식 탈피는 올해만 유효한 성과가 아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KT의 든든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강철호 출범 첫해인 올해 KT의 전반기가 성공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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