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식 탈피, 5강 경쟁보다 값진 KT의 변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3일 16시 20분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올해 KT 위즈는 ‘창단 첫’ 기록을 유독 많이 쏟아내고 있다. 10위를 찍고 6위까지 반등한 것은 창단 처음이고, 7월에 6위에 머물고 있는 것 역시 2015년 1군 진입 이후 최초다. 3연속 위닝시리즈도 올해 처음 달성했고, 2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로 구단 역사상 첫 6연승도 질주했다.

이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도 멀지 않다. KT는 84경기에서 38승45패1무, 승률 0.458을 기록 중이다. 5위 NC 다이노스는 81경기 39승42패, 승률 0.481이다. 두 팀의 승차는 단 2경기. 산술적으로는 한 번의 시리즈만으로도 뒤집을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1군 첫 시즌이던 2015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에 지난해 간신히 9위를 기록했던 KT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비결은 선발야구다.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는 타 팀과 견줘 크게 밀리지 않는 원투펀치다. 여기에 김민~배제성~김민수가 토종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민이 지난해 후반기 9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돌았을 뿐, 배제성과 김민수는 선발이 처음과 다름없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일본 마무리캠프부터 이들을 미래 선발자원으로 낙점했고, 곧바로 기회를 주고 있다. 팀 타율은 0.274로 3위지만, OPS(출루율+장타율)는 0.721로 6위, 득점도 374점으로 7위다. 타율에 비해서는 생산력이 덜하다. 그러나 4번타자로 다시 봄을 맞은 ‘캡틴’ 유한준을 필두로 꼭 필요한 상황에선 점수를 내고 있다. 여기에 멜 로하스 주니어가 6월부터 반등에 성공한 것도 든든한 요소다.

물론 아직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다. 이 감독은 5강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아직 시즌은 길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의 말처럼 아직 팀당 60경기 이상 남았다. 어느 누구도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

‘2019 KT’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을야구 달성여부와 무관하게 확실한 수확은 있다. 바로 패배의식 탈피다. KT는 지난해까지 승보다 패가 훨씬 많았다. 특히 5연패 이상의 긴 수렁에 빠지기 일쑤였다. 자연히 선수들도 패배를 익숙해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오늘도 지겠구나”라는 말이 종종 들렸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기 더욱 어렵다.

올해는 다르다. KT 선수단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감독은 한 템포 빠른 마운드 교체로 선수단에게 ‘아직 경기 포기하긴 이르다’는 메시지를 똑똑히 전한다. KT는 5회까지 뒤진 8경기, 7회까지 뒤졌던 6경기를 역전승으로 만들어낸 바 있다. 18승의 역전승은 리그 전체 4위다. 뒷심이 생긴 것이다. 설령 패하더라도 이튿날 이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선수단 사이에 전염처럼 퍼졌다.

패배의식 탈피는 올해만 유효한 성과가 아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KT의 든든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강철호 출범 첫해인 올해 KT의 전반기가 성공적인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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