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 와이번스는 9일 대전 원정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9위 한화 이글스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선발투수 헨리 소사의 7이닝 5안타 8삼진 무실점 역투 또한 물거품이 됐다.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연장 12회 4-5 패배에 이은 또 한번의 연장 끝내기 패배다.
SK는 시즌 내내 꾸준한 페이스로 승리를 쌓아가고 있다. 제 풀에 지치지도 않는다. 2연속경기 끝내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2위 두산과는 여전히 6게임차다.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마운드를 빈 틈 없이 관리하는 한편 홈런왕 집안경쟁을 펼치고 있는 최정-제이미 로맥을 앞세워 타선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비록 패했지만 9일 한화전에선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8회부터 서진용(1이닝 무안타 무실점)~김태훈(1이닝 1안타 무실점)의 필승조를 차례로 내세운 뒤 10회에는 박희수(1이닝 무안타 무실점), 11회에는 김주한(0.1이닝 2안타 1실점·패전)을 투입했다. 서진용, 김태훈에 비하면 박희수, 김주한의 무게감은 떨어지는 편인데도 염경엽 SK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이날 경기까지 포함해 올 시즌 서진용은 44경기에서 3승1패18홀드3세이브, 김태훈은 43경기에서 3승2패13홀드7세이브를 거둔 불펜의 핵심자원인 반면 박희수와 김주한은 최근 들어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제3, 제4의 옵션들이다. 특히 김주한은 지난달 27일에야 시즌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우완 언더핸드 투수라 연장 11회 0-0의 긴박한 상황에서 기용하기에는 불안할 법했다.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가 된 하재훈이 대기하고 있음에도 염 감독의 선택은 김주한이었다.
염 감독은 김주한이 1사 2루 위기에 몰려 송광민에게 끝내기안타를 내주는 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틀 전 두산 오재일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은 하재훈에 대해 “하나하나가 경험이고 공부”라며 더 큰 성장을 기대했던 것처럼 김주한에게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시간과 기회를 부여하는 듯했다.
선두의 여유와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도, 오만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다만 긴 호흡으로 페넌트레이스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염 감독의 ‘안목’과 ‘인내심’ 또한 주목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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