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냈다” 한국 첫 메달에 얼싸안고 환호

“이러다 메달 따는 거 아냐” “와∼우 동메달이다. 드디어 해냈네”

이렇다할 글로벌 스타 하나 없는 수영 불모지 한국이 다이빙에서 ‘일’을 내자 경기장은 일순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선수단도, 관중도 얼싸안으며 환호했고, 경쟁 선수들은 너도나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주인공은 여자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 출전한 김수지(20·울산시청). 김수지는 13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첸위엔(중국), 사라 베이컨(미국) 등 세계적 다이빙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날 예선을 8위로 통과한 김수지는 12인 결승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메달권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년 카잔대회 결선 진출로 ‘기대주’로 떠오르긴 했지만 메달을 기대하는 이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더욱이 주종목이 1m가 아닌 3m 스프링보드여서 “그냥 편하게 뛰겠다”는 게 스스로의 각오이기도 했다.

마음을 비워서일까, 홈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일까. 김수지는 결선 5차례 시도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로 매 라운드마다 합산점수 톱3를 유지하며 결국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다이빙에서 시상대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까지 포함해도 박태환(30·인천시청)에 이어 두 번째 메달리스트다.

경기가 열린 남부대 수영장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 속에 김수지 선수가 연기를 펼칠 때마다 우뢰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1, 2차 시도에서 기대 밖 선전이 이어지자 8000여 관객이 운집한 경기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러다 메달 따는 거 아냐” “와∼ 진짜 잘한다, 잘한다”

3, 4차에서도 흠집없는 연기에 높은 점수가 이어지자 여기저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관객들이 늘었고, 상위권 경쟁 선수들이 연기할 때면 허리를 곧추 세운 채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4차 시도에서 총점 200점을 넘긴 데 이어 마지막 5차에서 깔끔한 연기로 250점을 넘기며 메달 안정권에 진입하자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얼싸안고 어깨춤을 췄다. 광주시민 서포터즈 1000여 명도 모자를 흔들며 환호성으로 한국 첫 메달을 자축했다.

한 관객은 “우리 선수가 마지막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작은 실수 하나도 하지 않은 게 메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4, 5차 시도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해 혼났다. 한국, 화이팅”이라며 엄지손은 치켜들었다.

또 다른 관객은 “그야말로 비인기 종목이고 기반도 약한데, 얼마나 노력했으면 저런 수준에 이르렀을 지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박수를 보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