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52)의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힌 걸까. 세스 후랭코프가 또 한 번 벤치의 신뢰를 무참히 깨버렸다. 이번에는 탓할 야수도 없었다.
후랭코프는 16일 잠실 KT 위즈전에 선발등판, 2이닝 6안타(1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33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첫 타자 상대 헤드샷 퇴장을 당한 걸 제외하면 KBO리그 데뷔 후 최저 이닝이었다.
1회 3안타로 2실점한 그는 2회에도 윤석민에게 솔로포를 얻어맞는 등 다시 2점을 더 내줬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포구 실책도 포함됐다. 김 감독은 2회부터 불펜에서 최원준을 대기시켰고, 3회 시작과 동시에 그를 투입했다. 6월 29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했을 때 야수들의 수비가 흔들리자 짜증을 냈지만, 이번에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속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찍혔으며, 주무기인 커터의 구사율을 높였지만 KT 타선의 먹잇감이 됐다.
후랭코프는 5월 중순 어깨 통증으로 1군 말소된 뒤 6월 말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 후 3경기에서 단 9.2이닝 소화에 그치며 평균자책점 13.03을 기록 중이다. 1군기용이 무의미할 수준으로 고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본인도 잘 던지려고는 하는데, 예민한 부분이 있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자기 페이스를 찾았으면 좋겠다. 공 자체가 워낙 좋으니 페이스만 지키면 보탬이 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보다 더 나빠졌다. 페이스를 찾기는커녕 더 꼬인 셈이다. 책임을 전가할 야수도 없는, 본인 스스로가 못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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