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무패 신기록 광주 박진섭 감독 “원동력? 우린 기본에 충실했을 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17일 05시 30분


광주FC는 ‘하나원큐 K리그2 2019’에서 19경기 연속 무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K리그2 1위로 내년 K리그1 직행을 노리는 광주 박진섭 감독(오른쪽)은 무패의 비결을 기본기와 수비에서 찾았다. 사진은 경기 후 윌리안과 하이파이브하는 박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는 ‘하나원큐 K리그2 2019’에서 19경기 연속 무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K리그2 1위로 내년 K리그1 직행을 노리는 광주 박진섭 감독(오른쪽)은 무패의 비결을 기본기와 수비에서 찾았다. 사진은 경기 후 윌리안과 하이파이브하는 박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가 K리그1 12위로 2부로 강등되던 2017년의 성적은 6승12무20패였다. 꼴찌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건 공수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탓이다. 33득점 61실점으로, 득실차는 무려 -28이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광주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감독(42)의 고민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지난해 승격에 실패한 광주의 득실차는 +9(51득점, 42실점)였다. 박 감독은 “많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 실점을 줄였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올 시즌 광주는 확 달라졌다. 19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선두를 달렸다. 19경기 연속 무패(13승6무)는 K리그2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득실차인데, +23(31득점, 8실점)으로 압도적인 1위다. 한 자릿수 실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박 감독은 무패행진의 원동력을 묻자 주저 없이 “수비”라고 했다. 견고한 수비는 강팀의 기본 요건이다. 그는 “올해 수비가 좋아져 실점률이 많이 떨어졌다. 튼튼한 수비를 통해 팀 전체가 버틸 힘이 생겼다. 또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흐뭇해했다.

박 감독은 동계훈련 동안 ‘기본’을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해야 발전도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그는 “기본을 강조한 훈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팀이 강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소통’도 큰 힘이 됐다. 박 감독은 “수비수들끼리 많은 얘기를 하면서 꾸준히 소통하도록 시켰다. 그랬더니 전술적인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수비력이 강화되면서 공격력도 좋아졌다. 공격수들에겐 한 골만 넣으면 수비수들이 버텨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상호 신뢰를 통해 비로소 팀 전체 밸런스가 구축됐다.

외국인 선수의 경쟁력도 탁월했다. 지난해 7월 합류한 펠리페 실바(27)와 올 시즌 영입된 윌리안(25)은 모두 브라질 출신으로 광주 공격의 핵이다. 특히 초반 돌풍을 이끈 펠리페는 현재 14골로 득점 선두다. 지난 시즌 경남의 말컹(허베이 화샤)과 비교될 정도로 K리그2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유럽 무대 경험이 풍부한 윌리안(3골1도움)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문화 차이를 이해시키고 있다는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다행히 우리 선수들은 적응이 빠르다. 펠리페는 올해 여자친구가 함께 있어 안정됐다”고 전했다.

광주 박진섭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박진섭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요즘 박 감독의 양복이 화제다. 3월 꽃샘추위에 입은 양복을 섭씨 30도가 넘는 7월에도 그대로 입고 있는 모습에 보는 이들은 안타까울지 몰라도 정작 박 감독은 무덤덤하다. 그는 “별것 아닌데 다들 재미있어 한다. 날씨가 추운 3월 개막전에 맞춘 양복인데 그날 결과가 좋았고, 이겼기 때문에 분위기를 살려보자고 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가 끝나면 문자가 많이 온다. ‘이젠 벗어도 된다’, ‘끝까지 힘내라’, ‘여름 정장 사줄게’ 등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이길 수만 있다면 계속 양복을 입는 건 아무 상관없다”고 했다.

언제까지 입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심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무패가 아니라 1부 승격이다. 그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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