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슈퍼리그 ‘전통의 명문’ 상하이 선화는 올해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내내 승수를 쌓지 못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했고, 최강희 감독(60)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상하이 선화는 콜롬비아 국가대표로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고, 2016시즌부터 함께한 구아린과 결별했다. 대신 새로운 자원을 수혈했다. 한국인 스트라이커 김신욱(31)과 엘 샤라위(이탈리아)를 영입했다.
세리에A AS로마에서 2018~2019시즌을 마치고 몸값 1800만 유로(약 237억 원)에 중국 도전을 택한 엘 샤라위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반해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맹위를 떨치다 이적료 70억 원(추정), 계약기간 2년 6개월에 둥지를 튼 김신욱은 팀 합류 직후 리그 두 경기 연속 골로 실력을 입증했다. 콜롬비아 골게터 모레노와 투 톱을 이룬 12일 허베이 화샤 원정(1-2)에서 데뷔 골을 터트렸고, 최전방 원 톱으로 나선 16일 상하이 홍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허난 전예와 홈경기(3-2)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김신욱은 이미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경기장 곳곳에 마련된 메가 스토어(팬 숍)에서 김신욱의 영문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파란 유니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매장에는 김신욱 유니폼이 사이즈별 3개 세트가 출시됐는데, 허베이전이 끝난 뒤 판매량이 크게 늘어 추가 물량을 공급받아야 했다는 후문이다.
특별한 응원도 등장했다. 경기 킥오프를 앞두고 출전 엔트리를 하나하나 소개하거나 골이 나왔을 때 장내 아나운서가 “김~신”을 선창하면 관중이 “욱~”을 외치는 장면은 웅장하고도 인상적이었다. 공간을 열고, 찬스를 만드는 등 공수 모든 면에 독보적인 김신욱이 공을 잡으면 엄청난 탄성이 터졌고, 상대 파울에 쓰러지면 일제히 장탄식이 나왔다.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에서 중앙수비수 역할까지 수행하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김신욱의 활동량은 어마어마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용병’의 역할을 늘 가슴에 새기며 경기장에 나서기 때문에 한 걸음 더 움직이고 있다. 상하이 선화는 그가 프로에 안착한 뒤 처음 경험하는 해외 클럽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과 중동에서 러브 콜을 받았으나 번번이 고사했다. 하지만 2016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은 스승의 부름은 뿌리치지 못했다. 최 감독은 그와 면담을 갖고 “축구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선수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삶의 중심이 축구로 향하는 김신욱에 대한 동료들의 신망도 두텁다. 어설픈 중국 단어를 조합해 먼저 말을 걸며 소통하려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선수들이 많았다. “넌 다른 아이들(용병)과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특유의 친화력이 김신욱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