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후반기에 되살아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전반기에 부각됐던 문제점들에서 해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개막 직후부터 시작된 연쇄적인 부상 이탈과 투타의 극심한 엇박자, 국내 선발진을 비롯한 마운드의 붕괴, 주축타자들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그중 터지지 않는 타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화를 괴롭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가장 기초적인 지표인 팀 타율만 살펴봐도 드러난다. 지난해 시즌 전체로는 0.275, 8위에 그쳤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0.250으로 아예 최하위다.
그래도 지난해 3위 돌풍을 일으킬 때는 타선에선 외국인타자 제라드 호잉의 독보적 활약이 뒷받침됐다. 호잉은 특히 지난해 전반기 87경기에서 타율 0.321, 21홈런, 75타점, 14도루로 펄펄 날며 팀 공격을 홀로 이끌다시피 했다.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 23도루의 시즌 전체 성적과 비교해 보면 전반기에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된다. ‘호잉 이글스’라는 찬사가 등장한 배경이다.
올해도 결국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호잉은 전반기 92경기에서 타율 0.294, 15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홈런, 타점 모두 팀 내 2위다. 골고루 잘했다. 그 결과 타자 부문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Wins Above Replacement)에선 2.91로 팀 내 1위다. 2.49의 김태균, 2.21의 정은원이 각각 팀 내 2, 3위다.
7월 성적은 더 눈부시다. 월간 타율이 0.247에 그친 6월 한때 일각에서 제기된 퇴출 압박으로 인해 호잉 또한 심적 동요를 겪었지만, 7월 들어 보란듯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7월 14경기에선 타율 0.431, 4홈런, 12타점이다. ‘호잉 이글스’의 완벽한 재현이다.
호잉이 되살아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험하다. 다른 주축타자들은 여전히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0.250, 이성열은 0.205의 7월 타율을 그리고 있다.
호잉의 원맨쇼만으로는 한화의 위기 탈출은 요원하다. 3승11패로 최하위인 한화의 7월 성적도 이를 증명한다. 다른 주축타자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게다가 호잉마저 막힌다면 한화의 후반기는 깜깜해진다. 호잉만의 이글스가 아닌 모두의 이글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