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바르셀로나FC)와 함께 당대 최고 축구스타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와 함께 방한한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하나원큐 팀 K리그’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위함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축구 실력, 화려한 외모를 겸비한 호날두가 한국 땅을 밟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 몸담은 2007년 FC서울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이후 12년 만이고, 유벤투스의 방문은 1996년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 이후 23년 만이다.
열기는 뜨겁다. 수십만 원에 달한 고가의 좌석들이 일찌감치 팔렸다. 비록 매진 발표가 나오자마자 티켓 재판매 온라인 사이트에서 상당히 높은 수수료가 추가된 ‘암표’가 등장해 씁쓸함도 함께 남겼지만 이마저도 구입하려는 팬들이 아주 많았으니 흥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약간의 걱정은 남는다. 주객이 전도될 사태다. 물론 유벤투스를 좋아하는 해외축구 마니아들에게는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방한’이 핵심이겠으나 이번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K리그가 돼야 함이 맞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고유의 축제인 올스타전을 염두에 두고 미리 날짜를 비워뒀고 스파링 파트너가 유벤투스로 정해졌으니 말이다.
12년 전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서울-맨유전을 관전했을 때 조금은(?) 당혹스러운 플래카드를 봤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맨유를 사랑했다던 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HERE’s Another OLD TRAFFORD’라는 문구에 쓴웃음을 짓게 됐다. 이미 지난 얘기지만 그 경기의 주연은 서울이 됐어야 했다. 재주를 부린 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돈은 왕서방이 챙겨간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K리그가 좀 더 당당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는 호날두에게 맞춰졌지만, 또 그것이 당연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행사 이벤트를 준비한 쪽은 ‘팀 K리그’다. 선수도 팬 투표로 선정했고, 팬들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25일 사인회와 선별된 팬 100여 명이 관람한 오픈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반면 경기 당일 입국한다는 호날두를 비롯한 유벤투스 본진이 뭔가 이벤트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프로연맹은 ‘올스타전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외부에 알릴 수 없는 다른 속사정이 있겠지만 뒤에서나 말할 수 있는 올스타전이 아닌, ‘진짜’ 올스타전이어야 옳다. 바라건대 그저 호날두를 띄워주기 위한 들러리 매치, 그리고 상암벌이 ‘또 다른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