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단 1초도 출전시키지 않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가 한국의 거센 비난 여론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내외 축구관계자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조만간 중역들이 참가하는 대책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유벤투스는 대회를 주최한 데페스타 측에 “가능한 8월 초에 사람을 보내겠다”며 조만간 한국 언론 등에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며 말 바꾸기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싸늘해진 팬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벤투스는 구멍 난 일정을 메우기 위해 한국 경기를 급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유벤투스는 24일 난징(중국) 경기 이후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이벤트 경기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이징 측의 협조를 제대로 얻을 수 없어 이 계획이 무산됐고 대체 일정으로 급하게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유벤투스가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하자고 기획사인 더페스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요청한 시점은 3개월쯤 전인 5월 중순이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됐던 행사를 ‘12시간 체류’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쪽도 유벤투스였다. 선수들에게 휴가를 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더페스타 측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라며 만류했지만 유벤투스 쪽에서 ‘몇 번이나 치렀던 일정’라며 만류를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유벤투스가 챙겨간 초청비는 4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벤투스가 ‘짧은 일정’에 자신감을 보인 이유는 당초 선수들을 태운 전세기가 인천공항에 오전에 도착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경기일 1주일 전에 갑자기 ‘오후 도착’이라고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결국 경기 당일 줄줄이 일정이 밀리며 경기 킥오프까지 1시간 가까이 지연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태를 제외하고 국제 경기가 1시간 밀린 것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유벤투스는 “현지 공항 사정으로 비행기가 예정보다 늦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달랐다. 유벤투스가 출발한 26일 오전 난징 루커우 국제공항의 날씨는 매우 잔잔한 바람이 불고 가시거리도 10km 이상으로 충분했다. 비슷한 시간에 이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 중 예정보다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거의 없었다. 일부 항공기들은 오히려 5분가량 일찍 이륙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륙 지연이 공항 사정이 아닌 유벤투스 자체 사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근육에 문제가 있어 호날투가 출전할 수 없다”던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의 해명도 호날두가 이탈리아에 돌아가자마자 러닝머신 위에서 자신이 뛰는 모습을 ‘집에 와서 좋다(Nice to back home)’이란 제목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리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때 “호날두가 뛰는 걸 보고 싶으면 이탈리아로 와라. 비행기 티켓 값을 주겠다”고 말했던 것이 뒤늦게 이탈리아 언론을 통해 알려져 국내 축구팬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무성의한 유벤투스의 행태에 한국 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비싸게는 40만 원짜리 표를 구매했던 6만3000여 관중 중 일부는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해야 한다”며 조직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인터넷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불매운동을 이탈리아와 유벤투스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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