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거센 풍파에 시달리고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성적에 기인한다. 부진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해 3위 돌풍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이라 팬들의 실망은 더 크다. 신기루였을지 모를 만큼 빛이 바랜 느낌이다.
한화는 지난 10년간 최약체였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5차례나 최하위를 도맡았다. 그 10년간 누적 성적은 570승18무776패, 승률 0.423이다. 2015년부터 1군에 합류한 막내 구단 KT 위즈(214승6무356패·승률 0.375)만이 그 아래에 있다. 실질적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약한 팀이 한화였다.
그 사이 사령탑은 모두 4차례나 교체됐다. 2009시즌을 마친 뒤에는 김인식 감독, 2012시즌 도중에는 한대화 감독, 2014시즌 후에는 김응용 감독, 2017시즌 초반에는 김성근 감독이 물러났다. 재임기간 중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사령탑은 김인식 감독뿐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이었다.
2017년 11월 취임한 한용덕 감독에게는 ‘리빌딩’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10년간 만신창이가 된 팀을 추스르고 바로세우는 난제였다. 내로라하는 명장들마저 고배를 마신 터라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웠다. 3년의 계약기간 내로 리빌딩의 주춧돌을 제대로 깔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그렇기에 지난해의 성과는 놀라웠다.
리빌딩(rebuilding)의 사전적 의미는 개축, 재건이다. ‘건축물을 고쳐(다시) 짓는다’는 뜻인데, 스포츠 쪽에선 필연적으로 ‘세대교체’ 또는 ‘물갈이’를 수반한 팀 재건작업으로 간주된다. 점진적 세대교체든 급격한 물갈이든 진통이 따르기에 리빌딩 과정은 대부분 험난하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당시 한화는 300억 원 넘는 돈을 들여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의 리빌딩과는 조금 결이 달랐지만, ‘인위적’ 보강을 추진한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그럼에도 꼴찌를 면하기는 어려웠고, 가을잔치 때는 변함없이 구경꾼 신세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화에는 몇 가지 동일한 아킬레스건이 보인다. 그중 하나가 중간층의 부재다. 세대교체 또는 물갈이의 과도기에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할 허리가 부실하다. 20대 중·후반의 1군 주축선수들이 드물다. 한마디로 선수층, 이른바 뎁스(depth)가 얇다.
베테랑 선수들은 해마다 기량을 잃어가고, 어린 선수들은 성장이 더디거나 불확실한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인시절에는 두드러지지 않았어도 숙성기를 거쳐 빛을 발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은 견고해진다. 또 그런 육성구조를 굳건하게 갖춰야 비로소 강팀이 될 수 있다. 한화의 전력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한화는 리빌딩의 안개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호성적이 잠시 착시효과를 불러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히는 법이다.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실수만 범하지 않으면 언제고 앞길은 열린다. 리빌딩에는 인내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