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드러나는 거짓말-갑질… “킥오프 늦추지 않으면 취소” 협박
전후반 40분-하프타임 10분 요구… 연맹 “세리에A-AFC에도 항의”
구단 관련회사 시험연구용 차량… 홍보 목적으로 불법 제공하기도
‘호날두 노쇼’ 파문을 일으킨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입국 과정과 경기 진행에 대한 거짓말과 무리한 요구뿐만 아니라 불법 홍보 마케팅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경기 당일인 26일 유벤투스는 오후 3시경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이 바람에 3시부터 예정돼 있던 팬미팅 등 행사는 줄줄이 축소, 연기됐다. 경기 킥오프까지 1시간 가까이 늦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한국 입국 수속을 마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고 변명했다. 유벤투스 관계자도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통해 “한국 입국심사에서 여권을 일괄 수거해 가는 등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에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달랐다. 법무부 측은 “유벤투스가 입국심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8분이며 선수단 76명 전원에 대한 입국심사를 마치는 데 총 26분이 소요됐다. 여권은 수거한 적이 없고 일반 입국객과 마찬가지로 대면 심사했다”고 알려왔다.
유벤투스는 일정이 지연됐다는 이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경기를 오후 9시로 미루지 않으면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협박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연맹은 “유벤투스가 경기 시간을 전후반을 각 45분에서 40분으로 줄이고, 하프타임도 15분에서 10분으로 줄이자고 제안해 거절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같은 협박을 한 사람은 유벤투스의 부회장인 왕년의 축구 스타 파벨 네드베트였다. 연맹은 유벤투스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구단과 소속 리그인 세리에A, 그리고 대회 승인기관인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연맹 측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불출전 외에 킥오프 시간 지연, 팬미팅 호날두 불참, 1군 선수 출전 비율 미준수 등의 사안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위약금이 수억 원 이상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벤투스 선수단 일부가 입국 후 탑승했던 ‘이베코 데일리라인 미니버스’도 법규 위반 차량으로 밝혀졌다. 국내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이 버스는 1년 기한의 임시번호판을 부착한 채 측면에 유벤투스 래핑을 하고 홍보 목적으로 활용됐다. 이베코 한국 법인도 홈페이지 등에 “유벤투스 공식 의전 차량으로 데일리라인 미니버스를 처음 선보인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시험 연구용으로 등록한 차량을 홍보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차량에 임시번호판을 발급한 광주 광산구는 “시험 연구용으로 등록됐다”고 확인했다.
이베코는 이탈리아 엑소르그룹 산하 자동차회사로 유벤투스와 유벤투스의 메인 스폰서인 지프 역시 이 그룹 계열사다. 안드레아 아녤리 유벤투스 구단주는 엑소르그룹 이사이기도 하다. 이베코가 자매 구단인 유벤투스의 방한을 틈타 불법 마케팅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정윤철 기자 주재용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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