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의 친선경기에서 보인 ‘노-쇼(No-Show)’ 사태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주최 측(더 페스타)가 유벤스와 맺은 계약에 따라 호날두는 45분 이상 뛰어야 했지만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몸도 풀지 않았다. 실제 호날두는 구단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다. 유벤투스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과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계약을 지켜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 네드베드 부회장은 “(계약 내용은) 알지만 내 역할은 없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이틀 전(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과 친선경기에 풀타임을 뛴 이후 사인회 등 여러 행사에 참석해 단단히 뿔이 난 호날두는 끝내 팀 K리그와의 경기에 뛰지 않았다.
개런티 300만 달러(약 35억 원)를 받은 유벤투스가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 조항을 어겨 지불해야 할 위약금은 7억 원 정도라고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최 측 잘못을 떠나 20%의 수준의 위약금은 적지 않은 액수다. 한 예로 2010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 방한 당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결장에 걸린 위약금은 10%(3억 원)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계약 자체가 엉성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호날두를 제외한 핵심자원 출전 명기 및 불이행 페널티 조항이 구체적으로 있었는지 의문이 있다. 호날두의 팬 미팅 불참에 따른 위약금은 없는 게 정설이다.
더 큰 문제는 유벤투스의 무례함이다. 호날두 결장, 경기시간 단축(90분→80분) 요구보다 팬들을 더욱 화나게 한 부분은 킥오프 지연이다. 오후 8시 시작돼야 할 경기는 유벤투스의 지각으로 거의 한 시간이나 지연됐다.
모든 약속을 어겼음에도 유벤투스가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것은 더 페스타 측이 너무 저자세로 협상을 진행한 데서 비롯된다고 판단하는 시각이 많다. 급한 쪽은 프리시즌 경기수를 채워야 할 유벤투스였지만 주최 측이 서두르며 협상 주도권을 내줘 갑질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얘기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올여름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의 방한을 추진한 에이전시가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유럽 클럽 초청료는 대략 300만 달러 선이다. 그런데 토트넘은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중국에서 받는 액수 이하론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해당 에이전시는 토트넘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협상을 포기했다. 더 페스타 측과 다른 행보였다. 시작부터 잘못된 유벤투스전의 끝이 좋을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