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1-3이 후반 추가시간이 지나자 3-3으로 바뀐다. 0-4로 밀리다 후반 44분 2-4를 만든 뒤 추가시간 5-4로 뒤집었다면? 한때 한국축구를 뜨겁게 달군 표현이 있었다. ‘만화축구’다. 그렇게 만화로나 볼 법할 상황을 현실로 바꾸는 팀이 있다. K리그1 도민구단 강원FC다.
강원 돌풍이 초록 그라운드를 강타하고 있다. 4월까지 조용했는데 5월 3연승을 기점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섰다. 강원은 6월 23일 포항 스틸러스에 0-4로 뒤지다 5-4 역전승을 일궜고, 4일 전북 현대에 1-3으로 끌려가다가 6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동점을 만들었다. 최근 8경기에서 5승(2무1패)을 챙겨 승점 38, 4위로 도약했다. 5위 대구FC(승점 33)보다 5점 앞선 강원은 3위 FC서울(승점 45) 추격을 시작했다. 3위는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이다.
김병수 감독의 축구를 향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 실점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전진하며 ▲ 좁은 지역에서 항상 수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기조를 앞세운 김 감독의 축구는 K리그 팬들에게 ‘병수 볼’로 불리며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 볼’이란 표현은 과거 나폴리를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에 버금가는 세리에A 강호로 끌어올린 마우리치오 사리(현 유벤투스) 감독을 향한 유럽 언론의 찬사인 ‘사리 볼’에서 따왔다.
공격 축구는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이 전북에서 구사한 ‘닥공(닥치고 공격)’에서도 볼 수 있었으나 ‘병수 볼’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 전북은 일단 적을 무력화하고 화력을 집중시켰다면 지금의 강원은 상대가 어떠한 패턴으로 나서든 ‘전진 앞으로’를 외친다. 먼저 꼬리를 내리면 더 밀릴 수 있기에 쉼 없이 몰아치는 쪽을 택한다. 한 전문가는 “(강원은) 10~15m 지역에 상대가 2명 있으면 3명, 3명 있으면 4명을 세워 볼을 소유하고 올라가는 축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만족하지 않는다. 하나의 과제를 끝내면 다음 미션을 부여하며 선수단에 끊임없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정답이 없는 전술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며 반복학습을 한다. 혹독한 훈련이 실전에서 이뤄지는 것 이상의 기쁨도 없다.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약속한 강원은 상승세 유지를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