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심판도 전력분석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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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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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프로야구경기의 스트라이크존(S존) 판정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베테랑 심판보다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있는 야구팬이 더 정확한 S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손에 쥔 밥알의 숫자를 항상 똑같이 유지하는 초밥의 명인은 존재한다. 그러나 시속 140㎞의 움직이는 공을 언제나 똑같은 존에서 판정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불신이 쌓이고 감정적 충돌로 이어진다.

최근 한 베테랑 포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심판도 전력분석의 대상이다. 수없이 영상을 돌려 보고 분석 자료도 제공받는다. 심판 한 명 한 명에 대한 다양한 통계를 보고 있다. 심판도 사람이다. S존이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기 내내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결정적 순간에 꼭 문제가 생긴다. ‘실수겠지’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심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타자나 투수나 구심의 S존에 대해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하고 승부를 한다. 평소와 다를 경우 신뢰는 깨진다.”

‘심판도 전력분석 대상이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몇몇 구단에 확인을 하니 대부분 팀들이 전체 구심별 리그 투수와 타자의 세부 기록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있었다. 구심별로 모든 타자의 헛스윙 비율, 타석당 삼진,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 등이 포함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영상 자료까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투수와 타자 모두 구심별 S존을 정확하게 설정하며 그라운드에 선다.

그러나 그 분석 대상은 100번 판정 중에 10번 안팎은 실수를 할 수 있는 불완전체인 인간이다. 종종 흥분한 선수들이 해서는 안 될 감정적 폭발을 보여주는 배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중들이 더 이상 심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S존에 대한 오심은 추정이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 야구팬도 실시간으로 다 알 수 있다.

리그 심판들은 최근 KBO의 강도 높은 새로운 평가제도(퓨처스 리그 강등과 감봉)를 받아들이며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요청했다. 심판들은 종종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일부 심판들의 정신건강은 위험 수준이다. 창의적인 분야가 아닌 정확도가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최첨단 장비와 실시간으로 비교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로봇 심판’으로 표현되는 자동 S존 판정 시스템(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KBO는 이미 자체적인 자동 판정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KBO는 전 구장에 카메라가 기반인 PTS(Pitch Tracking System)가 구축돼 있다. PTS의 판정을 구심에게 전달하는 무선 송신 시스템만 추가하면 당장 시행할 수 있다. 레이저 기반의 미국 트랙맨보다 안정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필요성이 분명히 확인된 만큼 KBO리그의 자동 판정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모든 선수들은 똑같은 S존 앞에서 더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관중들에게 더 신뢰받는 리그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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