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시즌에도 축구종가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는 코리언 프리미어리거는 단 2명이다. 한국 축구의 오랜 기둥이었던 기성용 그리고 현재의 에이스이자 한동안 이 존재감을 계속해서 이어가야할 손흥민이 그 주인공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들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두 선수의 위상은 엇갈리는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손흥민은 커리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EPL에서도 최상급 플레이어라는데 이견을 찾기 어렵다. 이미 많은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손흥민은 새 시즌 또 다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기성용은, 냉정하게 커리어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의 도전이 중요하다.
◇손흥민, 차붐 기록 넘어 커리어하이 향해
2018-19시즌, 손흥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축구선수였다. 앞선 2017-18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승선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손흥민은 그해 여름 김학범호로 배를 갈아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벤투 감독과 함께 UAE 아시안컵에도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3개의 큰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이었으나 그렇다고 토트넘에서의 활약이 부족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이 치른 58경기 중 51경기에 나섰고 각종 대회를 합쳐 총 20골을 기록했다.
커리어 최다골이던 2016-17시즌의 21골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소개한 한국대표팀 차출 일정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의 가치였다. 특히 해리 케인이나 델레 알리 등 주축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이 많았던 것과 달리 한결같은 모습으로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리그컵 준결승 진출 그리고 정규리그 4위에 큰 공을 세웠다.
성공적인 시즌이었으나 손흥민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있다. 그는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지난 시즌 여러 차례 자리를 비워야했는데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러나 팀원들이 나 없이도 잘해줬다”고 말한 뒤 “지난 시즌은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이번 시즌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여름휴가 때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마음은 항상 토트넘과 함께 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나았으면 좋겠다.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장 한국 축구사 새 기록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총 116골을 작성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의 최다골(121골)에 5골 차이로 다가섰기 때문에 경신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해 아쉽게 깨지 못한 커리어 최다골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올 시즌에는 국가대표 소속으로 나서는 큰 대회가 없기에, 소속팀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다 기대감을 키운다. 지난 시즌 막바지 퇴장 징계로 1~2라운드에 나설 수 없으나 외려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다.
◇기성용, 고생길 각오해야 할 9번째 시즌
기성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처음 밟던 때가 2012-13시즌이니 어느덧 8번째 EPL 시즌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뉴캐슬에서의 2번째 시즌이다. 지금껏 쉬운 시즌이 있었을 리 없고 경쟁 없는 무임승차 또한 없었으나 2019-20시즌은 지금까지의 도전보다 더 거친 길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기성용은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전 소속팀 스완지시티(1년간 선덜랜드 임대)보다 뉴캐슬의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니 감안할 부분도 있으나 부상 여파가 괴롭혔던 결과다. 그래도 부상 이후로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신뢰를 제법 받았다.
그러나 베니테즈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오면서 이전까지의 입지는 의미가 없어졌다. 차라리 원점 경쟁이면 낫겠는데 뒤로 처진 모양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 사실상 처음으로 홀가분하고 또 집중적인 시즌 준비가 가능했던 상황이었으나 프리시즌 내내 기성용에게 주어진 역할은 교체출전이었다. 브루스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 내내 기성용을 후반 교체카드로만 활용했다.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브루스 감독의 중원 구상은 존조 셸비를 비롯해 이삭 하이든, 션 롱스태프, 잭 콜백 등으로 채워져 있는 모양새다. 현실은 백업 요원에 가깝다.
하지만 시즌은 길고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감독의 신뢰도를 바꾸는 것도 각자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베테랑 기성용이다. 일단 초반 고생길을 잘 넘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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